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로

by 한지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상담실에 남은 마음들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오늘 유독 선명하게 떠오른 주제는 하나였다.

- 너무 사랑받고 싶은데,

‘나는 아직은 사랑받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마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기엔

아직 너무 부족하고, 부끄럽고-

그래서 자꾸만 꾸며내고 감추게 된다고 했다.

그 마음이 내게도 익숙하고,

그래서 더욱 안쓰러웠다.


어떤 마음은 말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남자친구와의 약속을 일부러 피했지만,

막상 만나지 못하니

너무나 서운하고 외로웠다고 털어놓았다.


오늘은 생리 중이었고,

피부 트러블이 올라왔다고 한다.

“오늘은 예쁘지 않다”는 생각에

자신을 보여주기가 싫었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피부에 트러블이 나고 몸이 힘든 날엔,

만나지 않고 쉬고 싶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게 아니라… 그냥 부끄러웠어요.

피부에 뭐가 나고 못생긴 내가 싫었고,

숨고 싶었어요.

마치 무대에 오르기 전,

아직 가사를 다 외우지 못한 가수처럼…

아직 준비되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그 말이 오래 오래 마음에 남았다.


가장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

가장 긴장되고 불편한 사이가 되어버리는 건,

그에게 수용받지 못하는 단 한 순간도

견딜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친밀한 관계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껴지는 순간에

비로소 만들어진다.


완성되지 않은 나,

불안정하고 결핍이 있는 나,

그 모습을 감추지 않고

조금씩 꺼내놓을 수 있을 때—

우리는 서로에게 진짜 마음을 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그 ‘꺼내놓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서운함도, 아픔도, 부끄러움도

말로 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방식으로 흘러나온다.


무심한 말투,

차가운 눈빛,

혹은 무거운 침묵, 침묵…


그렇게 흘러나온 표현들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읽혀진다.


그래서 결국,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의 감정을, 결핍을, 두려움을—

가까운 당신이 너무나 필요했던 나를.

있는 그대로.


오늘은 문득 나의 관계를 돌아본다.

나는 얼마나 내 결핍을 인정하고 있을까.

나는 얼마나 용기 있게 나를 드러내고 있을까.


나에게도 늘,

이런 말을 했다가 미움받지 않을까,

나를 떠나버릴까—

그 불안이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가장 용감한 사람들은

이 뜨거운 불안을 그대로 안은 채로

언제나 진정한 친밀함을 선택한 사람들이였다.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서로가 더 가까워지고,

친해져 가길.


내 삶과, 사람들과,

그리고 나 자신과도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은 친해지고

더 많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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