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방향을 바꿀 뿐

by 한지

오늘도 상담실에는

가장 조용한 전쟁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표정은 담담하고, 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감춰진 마음은

무언가를 붙잡고, 또 놓지 못한 채

숨죽이며 흔들리고 있다.


공황장애를 가진 내담자들을

최근엔 더욱 자주 마주하게 되는데

그들에게 있어 감정이라는 것은,

늘 몸을 타고와 순식간에 확 터져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감정을 느낄 틈 없이

숨이 막히고, 어지럽고,

심장이 빨라지고,

몸에 힘이 빠져버리는 것이다.


오늘 만난 데님도 그랬다.

반복되는 공황 증상 속에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아 불안하고,

자꾸만 감정이 몸으로 터져 나오는 자신이 답답하다고 했다.


또, 또, 또…


나는 말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그건 오랜 시간,

외면해온 나 자신의 내면이

스스로를 향해 보내는 최후의 구조 신호라고.


몸이 멈추는 건,

마음이 오래도록 보내온 목소리를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어쩌면 공황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멈춰 세운

가장 용감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로서,

때로는 멈추고,

때로는 울며,

그 안에서 회복을 배워가기로 한다.


오늘은 온전한 휴식을 위한 신호를

우리가 얼마나 무시하며 살아왔는지를,

데님의 이야기와 함께 다시 생각하게 되는 퇴근 길이다.


오늘도 모두 고생했어요.

그럼 좋은 밤, 깊은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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