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감정

by 려원
20160813_114337.jpg 스티브잡스 크리에이티브전 (프레젠테이션과 창작의 비밀 전시 관람중) 일산킨텍스 전시장 에서.2016


사진은 내 오래 전의 기억이어도 훌쩍 지난 시간들을 꺼내 보면 그날의 감정들이 사진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나의 경우 사진은 보관 목적도 있지만 대개 글감을 이용하기 위해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 중에는 풍경을 관찰하다 글감이 되는 곳은 어김없이 셔터를 누르게 된다. 도중에는 글이 떠오르기도 하며 돌아와 그 사진들을 보면 그때의 감정들이 그대로 살아서 글은 여지없이 떠오르게 된다.


쓸 때는 그날의 감정과 생각이 일치가 되어 자연스러운 글이 나오게 되며 내 글에 억지를 부리지 않아도 된다. 글은 억지를 부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에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어느 곳을 찾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 하다못해 공원이나 산책을 하다가도 자연을 보고 느낀 감정으로 돌아와 쓰면 글은 한결 부드럽고 쓰기가 쉬워지게 된다.


언젠가 강한 꽃샘추위를 뚫고 섬진강 홍매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여행이기도 했지만 창작을 위해 떠나던 마음이 오히려 더 컸다. 피부가 갈라질 듯 두 볼을 세차게 두드리는 바람이었지만 섬진강의 살얼음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와 매화가 그 추위를 모두 잊게 했다. 그리고 그 바람 뚫고 피어나는 홍매화에게서 모정을 느끼고 돌아와 장편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글은 써놓고 보면 이상해 여러 번 수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글들은 몇 년이 지난 뒤에도 다시 꺼내 보면 어색함 없이 자연스러움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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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동물에게도 감정이 있듯이 움직이지 않는 모든 사물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그러나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그 감정은 달라질 수가 있다. 사물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대로가 되는 것이며 움직인다는 감정을 갖게 되면 그에 따른 글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시나 소설의 경우는 비유를 하여 쓸 수 있지만 산문과 에세이 같은 경우는 내가 온전히 드러 나는 일이라 내 삶을 포장할 수 없는 글이다. 독자를 향한 작가의 마음이 우선 온전하지 않고는 좋은 글을 전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글은 작가가 쓰지만 읽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기에 어느 정도의 공감이 뒤따르게 된다.


작가의 감정은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지게 됨으로 내 감정이 온전한 것은 독자들에게도 그만큼 고요하고 평안한 마음이 전해지게 된다. 이토록 쓰기의 감정은 나를 담아내는 일과도 같아서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20230514062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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