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조팝꽃)
요즘 이곳저곳에 조팝꽃들이 한창 피어 올라 두런두런 자기들만의 세상을 꾸며 가고 있다. 어릴 적 싸리나무라 불렀던 기억이 있는 이 꽃은 꽃송이들의 모양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잎새의 모양과 방향이 제각각 다르게 자라 있다.
이런 조팝꽃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언어는 다양하다. 흰 눈 같기도 하고, 하얀 구름 같기도 하며, 때론 팝콘이나 흰쌀밥 같아 보이기도 한다는 이 꽃의 언어 색깔에는 모두 순수한 흰색이 들어가 있다. 겨울과 봄을 지나와 일 년 사계절의 중간쯤에 피어난꽃. 나의 계절도 어느새 하얀 조팝꽃 그쯤에 피어있지 않을까. 나는 가끔 이 꽃을 보면 남편의 머리 위에 내려앉은 하얀 세월들이 보인다.
남편이 가끔 거울을 보며 자기 머리 위에 군데군데 올라온 흰머리를 뒤적일 때가 있다. 자신도 나이를 먹어 가고 있음에 거울을 보며 "벌써"라는 말을 덧붙인다. 이럴 땐 가장의 무게에 실린 어깨에 "당신 머리에 조팝꽃이 피었네"라는 말로 고단한 시간들을 덮어 주기도 한다. 때에 따라 변형을 주는 말은 상대의 기분을 돋아 주기에 이 말을 듣는 남편은 "말이라도 고맙다" 라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언어는 그 사람의 품격과 이미지를 가늠하게 한다. 속임수의 언어는 좋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때에 따라 좋게 쓰이는 언어의 포장은 말하는 이나 듣는 이도 상쾌한 기분을 갖게 한다. 언어는 표현에 따른 색깔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화려하거나 꾸미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의 색깔일 때도 있다. 흰색의 의미처럼 순수하고 깨끗한 언어의 색깔.
5월이 싱그럽게 하얀 언어 들로 군데군데 피어 있는 날들이다. 꽃들이 제각각 피어 있듯이 세상에는 다양한 색깔들이 모여 산다. 사회가 그렇듯 모난 것도 있고 거친 것도 있는 반면 부드럽고 온화한 것들도 있다. 하고 싶은 말 다 쏟아 내며 살 수는 없는 세상이다. 언어에도 색깔이 있어서 말을 좋게 꾸밈은 나의 습관이자 내 영혼의 양식이 풍부해지는 일이다. 20230505063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