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문장들

오월의 붉음에 대해

by 려원
공원의 한낮 초록 속에 피어 있는 어머니들의 꽃(05.12)


붉음이란 무릇

어디로부터 와서 어느 곳으로 지는가.


어머니의 사랑안에 붉은 핏덩이로 왔다가

생명의 붉은 탯줄로 잉태되어

붉은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

청춘의 붉은 피가 혈관 속에서 끓어오르고,

계절마다 붉은 열정으로 피어있는 것,

지고 마는 꽃이 아니라

모정의 붉은 꽃은 내 안에서 늘 살아 있는 것,

질 때는 말없이 노을처럼 붉게 져서 가는 것.


붉음은 그렇게 어머니의 뱃속으로부터 왔다가 노을로 붉게 져서 가는 것.




오월의 공원에는 계절의 꽃들이 지고 잎새들이 무성히 자라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공원 의자에 앉아 피아노 연주곡을 듣다가 울긋불긋한 꽃들이 어느 한편에 피어 있음을 알았다. 그 울긋불긋한 꽃들도 한때는 모두가 젊음이었을 텐데 그 시간들이 익어서 초록들 사이에 붉음으로 피어 있었던 것이다


나의 어머님도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다. 어느 때인가 거울을 보며 연한 컬러의 옷들이 잘 어울리지 않아 초록과 붉은 컬러의 옷을 찾던 시기. 그저 화려함을 즐기시려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각이었고, 그 착각도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착각인 줄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면 피부의 화사함도 없어져 옷의 화려함을 찾게 된다는 것은 내 세월도 언젠가 그럴 것이란 생각에 엄마의 시간들이 상처 나는 것이 안쓰러웠다. 엄마의 젊음은 나에게 늘 푸른 오월이었고 그 푸름 속에 붉음이 자라는 사랑이었는데, 공원 한쪽엔 그렇게 내 어머니의 꽃들이 앉아 계셨던 것이다. 언제 어느 때나 피어 있는 붉은 사랑의 어머니 꽃은 여전히 오월의 붉음속에 계셨던 것이다.


붉음은, 언제라도 그리워 펼쳐보는 앨범처럼, 책 속의 문장들처럼 그렇게 사계절이 늘 푸르고 붉은 오월의 문장들이었던 것이다.202305130617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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