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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Jul 06. 2023

칠월을 열며

영화배우 겸 탤런트 신구를 그리다.

「얼마 전 뉴스에서 영화배우 겸 탤런트 신구의 소식을 들었다.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몸에 심장박동기를 달고도 이달에 또 무대 위에 오른다는 그에게 감동을 안 할 수가 없는 마음이었다. 아래의 기사는 감동의 그 마음이 움직여 작성하게 된 내용이다.」


언론보도 기사 본문 => http://www.hkmd.kr/news/article.html?no=74584

자료출처: jtbc


1) 영원한 신구, 식지 않는 그의 무대 열정


얼마 전 영화배우 겸 탤런트 신구(87)의 근황이 방송을 통해 알려졌다. 그가 몸에 심장박동기를 달고도 이달에 또 다른 연극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이다.


연극을 시작한 지 60년이 된 그는 작년에 갑자기 숨이 차더니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급성 심부전 진단을 받으며 몸에 심장박동기를 심었다고 한다. 그러나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귀도 잘 들리지 않지만 무대를 향한 그의 열정과 그리움은 꺾을 수 없었다.


이번에 그가 오르게 될 연극 무대는 오는 7월 8일부터 9월 10일까지 대학로에서 펼쳐질 연극 '라스트 세션'의 무대다. 그가 무대를 향한 열정은 어디에서 생겨 나오는 것일까.


신구는 "힘을 남겨 놓고 떠날 바에는 그 힘을 모두 무대 위에 쏟아 내고 가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자신의 삶이 그 길로 이어져 왔듯 쓰러져도 무대 위에서 쓰러지겠다는 그의 무대 정신은 과히 본받고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자료출처: jtbc


2) 무대 위의 청년열정 신구, 이순재


배우 이순재 역시 지난달에 있었던 연극 '리어왕'을 끝으로 마지막 무대를 마쳤다. 그는 16번의 무대 위에서 3시간이 넘게 혼신의 연기를 쏟아 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아직 더 배우고 가르치고 싶다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필자는 이들이 나의 머리에서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감동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살아서 늘 나를 움직이게 하고 깨우치게 하는 것이니 나는 이들에게 존경의 표를 안 할 수가 없다.


그들이 차후 세상에 없는 날에도 나는 영원히 그들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아직 숨 쉬며 심장박동기를 달고 있는 그가 몇 날을 더 우리 곁에 머물러 줄 수 있을지 미리 걱정이 앞서기도 하는 마음이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본보기가 되어 주어서 너무도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최인호 유고집. 눈물(2013)



3) 소설가 (故) 최인호를 기억하며


오래전에 고인이 된 (故) 최인호 소설가 역시 자신의 무대 위에서 원고를 쓰다가 세상을 떠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기자가 읽었던 고인의 유고집 <눈물>은 당시 그가 암투병 중 써내려 가던 원고가 정리되지 않은 채 편집자들에 의해 다시 태어나게 된 책이다. 이 책의 본문 에는 고인의 영적 고백 내용과 당시 암투병을 겪으며 써 내려가던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인은 2008년 당시 암진단을 받고 세상과 단절한 채 손톱과 발톱이 빠져나가는 항암 치료의 후유증을 견디며 원고를 써내려 갔다. 구토를 참아내기 위해 얼음 조각을 씹으며 하루 20~30매 분량 원고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집필해 나갔으며, 만년필로 수작업을 고집하던 그는 손톱의 통증을 참아내기 위해 고무 골무를 끼고 빠진 발톱에는 테이프를 감은채 책상 위에 앉았다.


또한, 본문에는 그가 원고지위에서 쓰러지게 해 달라는 고인이 기도했던 내용이 들어 있다. 암투병을 겪으면서도 그는 환자가 아닌 자신이 걸어온 작가로서의 삶을 다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책에는 그가 환자가 아닌 작가로서의 삶을 다하게 해 달라는 기도의 내용이 담겨 있다.


가수 이은하 역시 쿠싱증후군을 앓다가 언젠가 무대 위에 올라와 자신도 무대 위에서 노래하다가 쓰러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전한 바 있다.


이토록 그들이 바라고 원하는 삶이란 무엇이었을까. 생전 자신들의 일에 맡은 바 충실히 살아 내는 일이라 할 것이며, 굳이 무어라 말을 안 해도 생의 마지막날까지 그들을 어떻게 비추고 남겨지고 싶은지를 짐작케 해주는 내용들이다.


서양화가 박수복 화백님께서. 우즈베키스탄 공연


4) 우리의 삶가운데 빛이 되어..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이 맺어지기도 하고 끊어지기도 하며 관계를 형성해 가는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한때 호화롭게 살던 이도 명성을 떨치던 이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았든 사람은 세상에 한번 태어나 누구나 마지막의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날이 온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살다가 세상을 등지고 나면 그들의 작품은 고스란히 우리 곁에 남아 우리와 함께 숨 쉰다. 세상을 떠났어도 그들이 남기고 간 작품들은 빛이 되고 교과서가 되어 우리의 삶가운데 그들 대신 나타나 제목이 되어준다. 그들의 숨이 살아 시대의 빛이 되어 준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마지막이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관계에서 헤어짐이나 이별이라는 것을 뜻하니 슬프고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세상을 떠날 때에 이 땅에 후세대들을 위해 어떤 빛으로 남겨지고 무엇을 두고 갈 것인가.


요즘 영화배우 겸 탤런트 신구의 모습을 보며 매일을 작업하고 있는 내가 나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그가 생전 무대를 몇 번이나 더 오를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지만, 우리와 현재 함께 숨 쉬고 있는 동안은 더 아프지 않고 더 힘들지 않게 오래도록 머물러 주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페이스북 윤향근 작가님


5) 칠월의 화살을 당기며 


올해 일 년 열두 달 중 6월을 끝으로 상반기를 보냈다. 어느새  7월이 들어서며 하반기가 시작되었다. 여름은 장마가 한때 지나야 그 여름의 끝이 보인다. 초복과 중복 그리고 말복까지 삼복을 다 먹고 난 뒤에야 비로소 우리는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어쩌면 7월은 여름 중 가장 뜨거운 달이면서도 가을로 가는 채비를 하는 길이기도 하겠다.


7월에는 어느 시인이 남기고 간 그 고장의 청포도가 어김없이 떠오른다. 반복해서 돌아오는 계절마다, 가고 없는 그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건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아마도 7월이면 우리는 이 시(이육사. 청포도)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시의 내용에서 청포도의 의미는 과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풍성한 결실을 맺어가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 농작물들이 익어가듯 여름이 무르익어 마음도 뜨거워지는 계절이다. 이 뜨거운 날들을 살아 가느라 모두가 견디며 애쓰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어느 배우는 이 보다 더 뜨거운 삶을 살고 있는데 이 여름의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리란 생각이다. 견디다 보면 또 다른 계절의 길목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주렁주렁 열려서 알알이 맺혀 가는 청포도처럼 나의 삶도 이와 같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모두에게 이런 날들이 되기를 소망 한가득 담아 칠월의 화살을 당겨본다.


>칠월의 문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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