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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Aug 07. 2023

8월의 가을

피어서 가는 8월

사진자료: 박초월 사진작가님께서


[사진 속 배경]


까무잡잡한 피부에 쌍꺼풀 진 눈의 한 소년이 물 고인 웅덩이에 발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해맑다.  소년은 양손에 수건을 받쳐 들고 맨발인 채 신발도 신지 않았다. 어느 빈민촌의 거리에서 사진작가가 소년을 만난 건 지난 7월이었다. 작가와 소년은 서로를 궁금해하며 표정을 살폈다. 우연이 불러온 만남은 학교를 마친 소년이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이 장면을 연출한 사진작가는 소년에게서 향수를 느끼며 비와 놀던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고 한다. 


이런 작가의 마음을 아는지 소년은 물 고인 웅덩이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이 모습이 작품이 될 것이라는 예감을 불러일으키며 소년의 모습은 작가의 카메라를 움직이게 했다. 손놀림이 바삐 움직일 때마다 소년은 렌즈 안으로 들어갔다. 셔터의 방향이 다르게 눌러질 때마다 렌즈 안의 소년도 다른 모습이 되어 갔다.  의도되지 않은 소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한 사진작가에게 모델이 되어주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하루종일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가난한 지역의 목마름을 하루종일 비가 덮고 있던 날이었다.


사진자료: 박초월 사진작가님께서


[사진작가의 남인도]

 

사진의 모습은 지난 7월 사진 봉사를 다녀온 한 사진작가(박초월)가 남인도 난달에서 만난 소년이다. 전 세계 팬데믹의 영향으로 그간 갈 수 없었던 사진봉사를 그가 지난 7월 22일부터 30일까지의 여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6월부터 한 달여간 페이스북에서 60여 명이 넘은 인원들이 그를 지지하며 응원했다. 이는 곧 남인도 빈민여성들을 후원하기 위함이었다. 2023년 올해는 아트우산을 제작해 판매한 금액으로 남인도 <재봉틀교실>에 후원을 할 수 있었고, 고아원 출신의 한 간호학과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했다. 작가가 찍은 그곳의 아이들과 가족사진은 인화하여 그들에게 선물로 전해 지게 된다. 작품 사진의 작가는 1년에 한 번을 남인도 사진봉사를 떠난다. 2015년에 첫 시작으로 그곳을 후원한 지 올해까지 총 여섯 차례나 되었다. 오래전 SNS에서 만나 알게 된 그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응원할 계획이다. 누군가에게 마음하나 덜어 주는 것은 무언가 늘 새롭게 채워지는 내가 되는 일이다.  

  

사진자료 : 김동원 작가님께서


[팔월의 가을]


뜻하지 않은 사고와 사건들이 여기저기서 배회한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 비를 즐기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은 지친 더위를 잠시라도 잊게 해 준다. 가장 낮은 데에서도 꽃은 피어 오듯 적막 가운데 가난을 뚫고 일어서는 소년의 미소가 한그루의 꽃으로 피어났다. 더없이 아름답고 예뻐 보이는 소년의 미소에는 불행과 가난마저도 없어 보인다. 마치 가을 담장에 기대어 누운 햇살 것처럼 그저 평온스럽기만 하다. 


비로소 8월이 오고 장마 지난 뒤 전국이 폭염 속에 뒤덮였다. 한마디의 말도 잘 참아 내는 것은 곧 나를 아끼는 일일 것이다. 덥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나를 더 지치게 만들 것이고 선선한 바람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가을로 다가서는데 마음 더 가까운 길이 될 것이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고도 더위가 더 지속될 것이라는 일기예보의 예상도 있지만 8월은 여름 지나고 가을로 들어서는 길이다.


사진작가의 마음에서도, 이 글을 적고 있는 필자의 마음 안에서도, 소년이 웃고 있는 미소에서도, 누구나의 가을이 피어서 가는 8월이다. 들판의 곡식들이 가을로 영글어 가듯이 모두의 마음 안에서 활짝 피어나는 그런 8월의 가을길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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