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려원 Jun 02. 2023

유월의 날에

그대는 아카시아

고운 꽃바람으로 찾아와

들녘의 보리

노란 얼굴을 흔들고 

목마른 대지 위에 쏟아지는

빗줄기로 푸른 산하를 적신다.


계절숨소리를 머리 위에 이고서

어느 개울가를 지나, 담벼락을 넘고

돌 모퉁이를 지나, 강 건너

이내 내 안으로 들어와

유월의 비에 젖은 우리들

 

거친 풍랑은 언제나

기도 속에 잠들고

일몰의 석양이

지평선 끝으로 사라지면

어둠이 지나 새벽이 온다.

 

한그루의 고목이 버텨온 시간들

우리는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지는가.

장미의 붉은 흉터는 아직 남아서

말없이 계절 진자리에 새 바람이 불어서 온다.


나 비록 넓은 들판 아닐지라도,

연약한 자의 온기를 주는 뜨거운 햇살 아니어도,

그늘을 주는 한그루의 나무 못되어도,

새살 돋는 자리에 새 바람이 불어서 온다.


내 안의 바다에 너의 그리움 숨 쉬듯

그대 말없이 단비처럼 고운 꽃바람으로 불어오는 날에. 202306020615 A  




오월은 봄을 지나온 자리이지만 유월은 달리 여름에 들어선 계절이다. 말없이 꽃들 지고 비뿌리는 날에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장마가 찾아오는 유월 이쯤이면 집마다 청매실을 담그고 여름을 써내려 간다. 돌고 도는 반복된 일상 속에 여전히 우리와 함께 걷는 이 산하. 어느 가슴엔들 바람 불어오지 아니하고 꽃 피워 오지 않을까. 새들 지저귀고 들판의 잎새들 삶처럼 더욱 펄럭여서 그대 가슴 흔드는 유월의 날에.   


매거진의 이전글 오월 (feat.젖어가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