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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May 01. 2023

오월 (feat.젖어가는)

김주명 작가님


1) 오월이 되었다


꽃진자리 초록이 무성해지는 5월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걸음을 잡아당긴다. 거실 한편의 달력 한 장을 넘겨보니 봄과 여름 사이의 계절 5월이 들어서 있다. 목련을 견디며 지나온 시간이 엊그제인데 올해도 벌써 삼분의 일 정도를 지나왔다. 달력의 입은 무거워서 달이 넘어간 뒤에야 숫자가 덜어졌음을 말해 준다.

 

모든 것이 지나고 난 뒤에 실감하게 되는 것이 시간이고 세월이다. 그만큼 시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이기에 우리는 꽃이 지는 것만 보며 아프다는 생각을 한다. 순간마다 나도 의미 없이 지고 있다는 것은 더 얼마나 아픈 일 인가, 내가 지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고 산다. 시간마다 충실해야겠다는 다짐이 또 일어서는 첫 오월의 아침이다. 내가 오월이 되었다.


가평 아침고요 수목원 입구 (펜션 내)


2) 고맙다 오월아


5월은 이날을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하루가 부족하고 평생을 다 써도 모자랄 시간은 매일을 마주해도 그리운 날들이다. 그리움도 내 가슴이 온전히 살아 있어서 그렇다고 하니 순간마다 내 가슴이 뛰고 있다는 건 참 감사 해야겠지. 바람이 일렁이고 잎새들이 서로 부둥키며 경건한 입맞춤을 한다. 비로소 나도 오월이 되었다고 잎새들이 푸르게 바스락 대는 오늘이다. "오월아 기다렸니, 기다려줘서 고마워" 


먼 곳에서 두견이 날아들고 청보리 숲이 삶의 깃발처럼 푸르게 나부낀다. 잎새들 사이로 유년의 바람이 잔물결처럼 일렁이고 한 귀퉁이에서 잠자던 시간들이 일어선다. 살아가는 길에는 언제나 파도처럼 일렁이는 뜨거운 가슴들이 있다. 새벽 기차가 첫 기침을 하며 달려가듯이 여전히 누군가에게도 뜨겁게 오늘이 또 그렇게 달려갈 것이다.  


대전 하늘물빛 정원


오월


하늘을 나는 꿀벌들의 태양아래 삶의 언어가 뜨겁게 빛나는 오월입니다. 누가 오월은 장미의 계절이라 했던가요, 잎새 위에 이슬방울들이 투명한 영혼을 적시고, 청보리 숲이 삶의 깃발처럼  푸르게 나부낍니다. 눈뜨는 이른 아침 이면 나무들의 경건한 입맞춤이 시작되고 그대의 미소가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피어오릅니다. 


우리는 오월입니다. 지난날의 눈물과 고단을 덜어내고 피어나는 푸른 오월입니다. 꽃들도, 나무들도, 바람도, 산도, 마음도, 길도, 너도, 나도, 우리 집도, 직장에도, 세상도, 아이들도, 아픔에도, 슬픔에도, 고통 속에도 찾아가는 오월입니다. 모두가 오월입니다. 


오월은 푸릅니다.

내가 푸르러서 오월이 되었습니다.

푸르게 젖어서 가는 우리는 오월입니다. 

오월의 숲에 내가 서 있습니다.우리가 서 있습니다. 202305011003 A 

  

김주명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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