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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Aug 21. 2023

생각 속에 사는 말

숨쉬는 언어(3)

사람들이 쓰는 글과 언어의 모양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둥글고 부드러운 글과 언어가 있는가 하면 모서리마다 뾰족하게 나온 세모나 네모의 모형들도 있다. 둥그런 모양의 언어는 각진 데가 없어서 듣는 사람도 둥글고 부드러운 마음을 갖게 해 주며, 세모나 네모 같이 각진 곳이 있는 모양의 언어들은 모서리마다 뾰족하게 날이 서 있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찌르게 한다.


말과 글이란 내 생각안에 머물러 늘 나와 함께 사는 존재다. 상대와 대화를 주고받거나 글을 쓸 때 우리는 그 생각 속에서 살고 있는 말과 글을 꺼내 입으로 전해지고 누른 손가락을 통해 전해 진다.  


세상의 마음과 눈은 모두 나와 같지 않아서 보는 이에 따라 그 태도와 감정이 모두 다를 것이다. 내 가족의 부모와 형제도 생각과 의견의 차이가 있는데 하물며 우리는 서로의 대상들과 얼마나 많이 다른 위치에서 살고 있는가. 언어와 글도 이와 마찬가지 일 것이다. 


글이란 독자와 세상을 향해 있는 나의 발언이다. 말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지만 글이란 보이지 않는 자기 생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을 꺼내 세상으로 전해 진다. 그러나 읽는 상대가 그 감정의 배설 상대는 아닐 것이다. 서랍장에서 필요한 물건을 꺼내고 닫는 것처럼 언어 또한 필요에 의해 내 생각 속에서 꺼내지고 닫혀져야 할 일이다. 


우리는 꽃을 보며 아름답고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순간은 우리가 마음 고와지고 아름다워지는 순간이다. 마음 뒤집어 보면 아름다워지는 것이란 내가 얼마나 좋은 기분이 드는 것인가. 꽃을 앞에다 두고 바라보면 사람들은 그 앞에서 마음 좋아지고 아름다워지는 연유이다. 읽는 글과 말하고 듣는 언어 또한 이에 해당될 것이다.


모난돌도 수차례 깨지고 부서지면 둥그런 모양이 된다. 이처럼 나의 말과 언어도 상대를 향하는 동안 내 안에서 생각에 생각을 반복해야 할 일이다. 언어와 글은 나를 보호하고 상대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이다. 내 생각 속에서 사는 글과 언어의 주인은 곧 나 자신이다.


(사진자료:윤향근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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