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이나 교회 가실 때 아버님의 옷차림은 당신의 성격만큼이나 매우 단정하시고 깔끔하셨다. 장롱문을 열면 와이셔츠에 맞춰 입도록 다양한 컬러의 넥타이들이 한쪽에 걸려 있었다. 아버님의 옷차림은 모두 장롱문이 열린 상태에서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주일의 넥타이는 주로 어머님의 손길에 의해 색상이 정해 지곤 했다.
그날, 어느 주일과 다름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아버님의 한 손에는 성경책이 든 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발 뒤꿈치 뼈가 부러져 깁스하고 몇 달을 생활해야 했던 나는 목발을 짚고 있었다. 왼쪽에는 남편이 오른쪽에는 아버님이 걷고 계신 그 중간에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걷고 있던 중 아버님의 손이 나를 막아 세우고 운동화 끈이 풀렸다며 성경책이 든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으셨다. 한쪽 다리는 세우고 또 한쪽은 굽히며 풀린 운동화 끈을 단정히 묶어 주셨다. 무릎을 굽히셨던 아버님의 모습이 나를 더 한없이 낮아지게 하던 그날이었다. 아버님이 내게 사랑을 주실 때의 방법 이셨다. 어느 곳이든 당신의 무릎이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하시는 생전 아버님의 모습 이셨다.
아이가 학교 등교를 위해 신발장 앞에 앉아서 운동화 끈을 묶는다. 그 사이 모자 지간의 짧은 대화가 오고 간다. 아이의 하루 일과를 검토하는 시간이다. 등 뒤에서 가끔 아버님의 모습을 본다. 다 큰 아이 운동화 끈을 묶어 줄 수는 없지만 최고의 사랑을 전한다. 등을 두드리고 쓰다듬어 준다. 아낌없는 사랑의 말을 전한다.
『오늘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다』는 말 끝으로 아이가 하루의 문을 열고 발걸음들 내딛는 순간이다.
그 사랑 얼마나 아름답고 놀라운지.
그 사랑 얼마나 나를 만족하게 하는지.
그 사랑...
그 사랑....
그 사랑....
그 사랑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