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카카오스토리 영시기님께서
사춘기 시절 신장염을 앓아야 했던 몸은 학교를 몇 달 휴학하게 했다. 친정어머님이 유명하다는 한약방으로 데려가 포장해 온 한약을 정성껏 달여 먹였다. 간이 베지 않은 죽과 맨김, 한약으로 몇 날을 보냈다. 온몸의 부기가 빠져야 했다. 태어나 처음 앓던 병은 휴학을 하며 책을 읽게 하고 팝송을 듣게 했다.
( smokie - Living Next Door to Alice) 당시 오빠가 즐겨 듣던 팝송이었고 따라 부르다가 외우게 되었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시기도 아마 그쯤이었을 것이고 머리맡에 책을 펼치고 신문을 들던 아버지의 습관이 나에게 있었다.
고2 때 국어 선생님이 "행복"에 대한 글짓기를 주셨다. 수업 끝종이 울리자 선생님이 나의 노트를 손에 들었다. 칭찬하며 공표하듯 반 아이들에게 읽어 주셨다. 빳빳해진 어깨에 자신감이 세워졌다. 언젠가 글을 꼭 쓰고자 했던 생각이 꽤 깊던 날이었다.
아이를 출산하고 일 년 뒤 남편의 사업 과는 달리 개인 의류매장을 운영했다. 손님을 상대하고 매장일을 하며 남는 시간엔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에는 온전히 나의 신경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다. 매장을 운영하며 찾아오는 손님 들과 절대 여러 말 섞으면 안 된다는 어머님의 말씀이 간절했다.
신경이 피로할쯤 문학 카페에 들어가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았다. 댓글이 부풀어 오를수록 입보다 생각이 자꾸 쓰고 싶어 졌다. 신앙 안에서 신앙글을 쓰기 시작했고 목사님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글방을 만들어 주시며 권유로 그곳에 글을 놓았다. 그중 목사님 한분은 지금도 내 구독자로 계신다.
신앙시가 거의 대부분인 첫 시집을 꽤 오래전 출간했다. 기쁜 마음이던 남편이 출판 비용을 전부 주겠다던 약속이 이루어졌다. 목회에 보내고 출판기념일에 보내고 작품전시를 하며 알아보던 독자들이 구매해 갔다. 대가 없이 그냥 보내준 친구도 있지만 다량으로 책값을 지불하고 데려간 친구도 있다.
닉네임 려원에는 큰 뜻이 담겨 있다. 한자어의 뜻풀이로 고울 려(麗)와, 둥글 원(圓)의 뜻을 품고 있다. 글 쓰는 그 마음 안에서 바깥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고 고운 마음으로 고운 글을 써야 된다고 모 시인님께서 지어주셨다. 문단에서 내가 불려지던 이름이었다.
글은 내 평생의 언어이며 말이 될 것이다. 전공과는 무관한 나는 국문학도 아니고 시를 배워 본 적도 없다. 글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과 특징이 있다. 내 인생의 색깔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오직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아름다운 색칠을 하고 싶었다.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쓸 때는 나의 색깔을 칠한다.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함이며 글 쓰는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기 위함이다. 내 삶은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단 하나의 소중한 약속이며 인생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갈망한다. 내 안에 깊게 고인 웅덩이에서 맑은 문장 하나를 길어 올리기 위해 새벽 별을 끌어 모았다. 혼돈하지 않는 별. 정갈한 별. 아픔으로 있는 별. 인생을 다 피우지 못한 별...... 무수히 많은 별들이 나를 내려다본다. 어느 별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 없으니 맑은 샘이 솟아오르도록 목마른 영혼은 오늘도 깊은 우물을 팝니다.
대문사진자료: 연잎차를 마시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