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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려원 Oct 02. 2023

비는 내리고

그해 시월(병상 일기 중)



몇 번의 가을비가 지나고 거리에 낙엽들이 떨어져 갔다. 살점 없는 가지들이 군데군데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뭇가지가 드러나고 아버님의 뼈도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다. 들뜨며 건조해져 가는 피부에 로션을 발라 드렸다. 입고 계시던 환자복의 단추마저 잘 못 끼우실 정도로 손가락의 기력도 희미해져 계셨다. 생의 이별은 순간마다 온기가 되리라 마음먹었다. 

꽃 피우듯 우리는 생의 젊은 날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곳을 올려다보며 없어지지 않도록 저 높은 데다 희망을 걸어 놓고 삶을 걷는다. 잘 피우기 위해 시간을 치장하고 단장하던 봄이 그렇게 피어나기를 간절하며 애쓴다. 잎새를 틔우기 위한 당신의 푸른 날도 그렇게 시작하며  걸어왔으리라. 


월요일 아침 비가 내렸다. 


가시기 전에 손으로 직접 만든 옷을 입혀 드리고 싶었다. 엮어갈 실의 대바늘과 털실을 샀다. 평소 군청색 양복을 즐겨하시던 아버님의 색깔을 선택했다. 한 올 한 올 엮어질 때마다 아버님의 몸은 점점 더 작아지셨다. 다 완성될 때까지 부디 계셔 달라 급한 마음이 나를 다그쳤다. 월요일 아침부터 내리던 비는 종일토록 거리를 적시고 있었다. 드러나는 가지들이 온종일 시린 뼈마디를 달래지 못한 채 아픈 비를 맞고 서있었다.  (2013년도에 쓴 글. 아버님 병상일기 중)




대문사진 자료: 페,친 방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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