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려원 Mar 13. 2023

기록하고 남기며

영원할 작품

이달 말까지 마감해야 되는 원고 청탁이 들어왔다. 새벽에 메일을 열어보며 보낼 글들을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원고는 메모되었던 그간의 글을 다듬어서 보낼 때도 있고, 다른 문학지에 발송했던 원고를 다시 꺼낼 때도 있다. 나는 꽤 오래전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많은 글을 써오고 발표하며 외부에서도 작품 활동을 위해 많은 움직임을 보였다.

 

글을 직접 쓰기 시작한 건 내 사업장을 운영하던 당시였고, 등단과 동시에 개인 시집을 출간했다. 그리고 시인과 작가라는 배경으로 시대의 문단을 이어가는 활동의 폭을 넓혀 갔다. 시부문으로 등단을 하였지만 나는 여러 장르의 글을 쓴다.

 

아들이 어렸을 적 새집을 지어 엄마의 서재를 멋지게 만들어 준다는 말을 하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늘 책을 곁에 두고 글 쓰는 엄마의 모습에서 그려진 아들의 풍경인 것 같다.

자료:사진작가 이봉식. 제공:이훔 작가

둘이 서로 부둥키다 하나의 몸이 땅으로 떨어 지려 하니 위에서 꼭 잡아 주었다. 어찌 보면 참 간절한 장면이다. 이 순간을 찍기 위해 작가는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긴 시간 속에 숨어 있는 작가의 여러 모습들이 상상이 된다. 찰나의 셔터로 인해 작가의 수고로움이 영원할 작품으로 남게 된 순간이다.

 

오래전 출간된 나의 개인집에는 아들에게 들려주는 시가 몇 편들어 있다. 아들의 방 책장엔 보물 제1호의 목록으로 나의 개인집이 책장에 꽂혀 있고, 훗날 내가 없을 그날에도 엄마를 책이라 여기며 그리우면 냄새를 맡아보라 했다. 엄마가 만져져서 외로움을 조금 덜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순간을 기록하는 건 영원을 간직하는 것이며, 기록물의 보유는 영원히 숨 쉬는 것이다. 나는 순간을 기록하며 훗날 가고 없을 그날에도 영원히 숨 쉴 글들을 쓴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고 지금도 그러하듯, 내일도 그럴 것이다. 내 아이를 위해 그리고 이 땅의 아들과 딸들을 위해, 세월의 별이 된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영원히 숨 쉬고 있듯이. [기록하고 남기며. by려원 203003130627 A]

 


 

  



매거진의 이전글 숨 쉬는 언어(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