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늘아래 앉아 보렴

이기철

by 려원

어느 새벽의 일상과 다름없이 커피를 내려 마시며 눈꺼풀을 뗐다. 퇴고를 마친 청탁 원고를 전송시키고 다음 있을 원고들을 훑어보았다. 여전히 글 작업은 상당한 시간과 기간을 요하는 일이다. 다양한 장르의 원고를 다듬어 갈 예정으로 늘 발표하던 시와 달리 수필 한편을 보냈다. 무언가의 다름을 시도한다는 것은 도전이며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3월 어느새 중간을 넘겼다. 달력의 숫자들이 오늘도 여전히 내 모습을 바라보며 빼곡한 일상들이 하루를 콕콕 찌른다. 봄이면 늘 생각 나는 꽃말을 찾아 읽는다. 저자가 이 꽃나무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라 한다.「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누구의 아비도 누구의 남편도 아닌 오직 자신만으로 이 그늘에 앉아 쉬어 보라 한다. 때론 사랑도 미움도 모두 훌훌 벗어던지고 벚꽃의 그늘아래 마음을 비우고 생의 고단함을 풀어 보라 한다.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의 삶, 고난과 시련을 지나온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처럼 즐거워지리라. 저자는 이런 벚꽃의 그늘에 앉아 짐을 훌훌 모두 벗어 놓고 잠시라도 쉬어 보라고 한다.

벚꽃의 꽃말은 내면(정신, 신경)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벚꽃은 순수하고 청렴하여 눈도 마음도 청결함을 준다. 내면의 정신과 마음이 평안해지는 모두가 되길 벚꽃 그늘 아래서 소망해 본 다.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놓고

구름처럼 하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청하게 앉아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이기철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전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