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세라
김소월의 '진달래 꽃'과,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시대가 흘렀음에도 여전히 우리들 가슴 안에서 존재한다. 또한 그들의 일생은 지고 없지만 시(時) 가운데 피어난 진달래 꽃과 모란은 계절을 막론하고 사계절 늘 우리들 마음 안에 피어있는 꽃들이다. 그만큼 그들의 인물은 여전히 우리들 존재 안에서 사랑받고 있다.
김소월과 김영랑의 시세계를 다룬 이 책은 최세라 시인이 엮은 책으로 두 시인의 시 해설과 동시에 시와 시인을 구사하여 책을 엮어 놓았다. 말하자면 이들의 시 세계가 포개지기도 엇갈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한 편의 시 뒤에는 이에 대한 해석이 따라옴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시를 더욱 즐겁게 근접할 수 있도록 편집해 놓았다.
또한, 이들의 본명이 시와는 달리 잘 읽히지 않았듯이 김소월의 본명은 김정식이고, 김영랑의 본명은 김윤식이다. 진달래는 대략 3~4월 중 피었다 지는 꽃이며, 모란은 5~6월 정도 피었다가 진다. 이 책은 제목에서와 같이 김소월의 진달래가 피었다 지는 자리에 김영랑의 모란꽃이 피어 온다. 현실적으로 아직 이 계절은 진달래에 머물러 있지만, 모란이 피어 오기 까지 이 책 한 권으로 마음을 달래 보는 건 어떨까.
김소월과 김영랑의 내면을 목소리로 듣는 시간이다. by. 려원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은 그 꽃을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김소월(金素月, 1902 ~ 1934). 진달래 꽃 전문」
◆시인은 진달래꽃을 통해 임이 '가실 때'의 상황을 가정해 보고 있다. 지금 열렬히 사랑하는 임도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타인 이어서다. 님이 떠나는 계절은 심정적으로 차가운 바람이 이는 초봄일 것이다. 연녹색 나뭇잎 한 장 없는 산에 들어가서 분홍 진달래를 품 안에 가득 따는 손은 비통함에 떨릴 것이다.
(p17. 시 해설 부분문장. 최세라)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늘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김영랑(金永郞 1903~1950) 모란이 피기까지는 전문」
◆영랑은 이 시에서 모란이 활짝 피어난 모습을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는 모습을 묘사하여 모란의 화려함을 드러내 보인다."찬란한 슬픔의 봄"인 모란과 사랑은 동일한 속성을 가졌다. 봄 풍경을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그렇고, 내내 기다린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얼마 못 가 헤어지고 만다는 점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사랑은 "찬란한 슬픔의 봄"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P19. 해설 부분문장. 최세라)
★ 최세라 시인은 시집 <복화술사의 거리>와 <단 하나의 장면>을 위해 (2020년 문학 나눔 도서보급 사업 선정도서)를 출간했다. 최근 펴낸 세 번째 시집 <콜센터 유감>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해 도서>에는 다양하게 비정규직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내면 의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스무 살 나이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딸들에게 들려주는 마음으로 <갓 God 스물-스무 살 사용 설명서>를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