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푸꾸옥 빈펄 리조트(2-4)

14, 할빠와 손녀의 두 번째 여행(24, 3,22~3, 26 베트남)

by 숨터


다음날 아침,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에 감동하며 한참 동안 서있었다. 드푸른 하늘 아래 열대성 나무들과 넓디넓은 수영장이 펼쳐져 있었고 수영장 너머 바다도 보였다.

아침 식사하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입구에는 얼굴인식기가 있었다. 체크인할 때 얼굴을 찍었는데 그게 출입증이었다. 뷔페식당은 매우 넓었고 다양한 음식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맛이 까다로운, (엄격하게 말하자면 좀 저렴한) 두 사람이 걱정되었는데 남편은 계란 부침 같은 자기 먹을 만한 걸 그럭저럭 찾아냈다. 하지만 사랑이는 몇 번을 돌아다니기만 했다. 맛있는 쌀국수, 소시지, 튀김, 빵, 비스킷, 그 모든 것들을 통과한 사랑이가 들고 온 것은 방울토마토 몇 알, 샐러드용으로 썰어둔 당근, 생오이 몇 조각이었다.

참내....

배가고프면 관광을 할 수가 있나. 할 수없이 삶은 달걀, 소시지 같은, 먹지 싶은 걸로 내가 알아서 챙겨서 가져다 주었다. 억지로라도 먹여야 내가 덜 힘들테니까.


20240325_072657.jpg

푸꾸옥에 오면 꼭 방문해야 할 장소로 빈원더스, 워트파크와 사파리, 아쿠아리움이 있다. 그게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이기도 하고. 대부분 관광객들은 오전에 사파리, 아쿠아리움. 오후에 빈원더스, 워트파크로 나누어 하루에 모두 다 가는 거로 계획한다. 당일 관람은 표 하나로 둘 다 가능하기 때문에 경비도 절약하고 일정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야시장을 가거나 푸꾸옥 남쪽을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여러군데 돌아다니기보다 한곳을 집중적으로 보는 쪽을 선호한다.

패키지 여행도 아니고 처음부터 사랑이에게 맞춘 여행이니까 북쪽에서만 머물 생각이었다. 이동시간의 낭비없이 스케줄에 쫓기지 않고 실컷 놀 수 있게 두 코스를 이틀로 나누어 가기로 했다. 자유로움을 즐기기위해 택한 자유여행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작정이었다.


빈원더스와 사파리는 리조트에서 표를 구입하면 1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표를 구입하는데 여권을 확인하고 기록한 후 증명사진도 찍었다.

교통편을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북쪽의 중요 관광지는 셔틀버스가 돌아다니니 시간을 맞춰 타기만 하면 되었다. 일방통행이어서 돌아올 때도 한 바퀴 다 돌고 와야 한다는 단점은 있었지만 지유여행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교통편도 해결이 되니 마음이 편했다. 코스마다 그들이 툭툭이라고 부르는 버기차들이 대기하며 손님을 부르고 있었다. 우리나라 돈으로 5000원이어서 무료셔틀 시간 맞추기 지루하면 툭툭이를 타면 되었다.


20240325_120919.jpg


빈펄 사파리부터 먼저 가기로 했다. 야생 동물들과 교감을 할 수 있는 사파리는 상대적으로 걸어 다닐 곳이 많다. 아열대지방인 베트남 한낮의 더위를 피해 오전에 먼저 사파리를 돌고 아쿠아리움을 들렀다가 저녁에 그랜드 월드를 가기로 했다.

셔틀버스는 먼저 빈원더스를 들렀다가 그다음 사파리로 가게 시간표가 짜여져 있었다. 모든 코스마다 표를 미리 구입한 사람들은 출입문이 따로 있었는데 표를 제시할 필요 없이 그대로 통과되었다. 표를 구입할때 찍어둔 사진이 우리들의 입장권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편리하기도 해서 내가 말했다.

"이 첨단의 기술을 아이티 강국이라는 우리나라는 왜 안 도입하지? 줄도 서지 않고 너무 좋은데."

남편이 대답했다.

"우린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하게 여겨서 그럴 거야."

아, 그렇구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 얼굴만이 아니라 여권에 기록된 내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이들의 자료에 기록되었을 거라는 것을. 일회용 일지 아니면 우리들의 정보가 베트남 곳곳에 돌아다닐지도 알 수 없었다.

베트남을 떠나면 이 기록들도 사라지기를 바랄 수밖에.

부디 편리함 뒤에 숨겨진 함정이 아니길.


20240323_093152.jpg 사파리 입구에 있는 홍학 연못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왕좌왕 첫날(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