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은 돼야 할걸>

by 포니아빠

제왕절개는 당연히 수면마취를 한 후, 산모가 잠든 사이에 아기를 꺼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제왕절개를 하는 대부분의 산모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신이 말짱한 상태에서 아이를 만난다는 것 아닌가. 정신은 또렷한데 아래쪽에선 배를 가르고 있다?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한순간도 출산을 가벼이 여긴 적 없지만, 한번 더 이 세상 모든 엄마들에게 경외감이 드는 순간이었다. 자연분만이던 제왕절개던.


그런저런 이유로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을 대부분 선호하지 않을까. 보통은 어떤 사정이 있거나,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원활하지 않을 때 제왕절개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산모의 회복이 빠르고, 부차적이지만 비용도 저렴하다고 하니.


임신 중기부터 아이의 머리가 위쪽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아내는 부단히 노력했다. 커다란 고무볼을 탄다던지, 눕는 자세를 조정한다던지. 그래도 이 녀석은 요지부동이다. 따라서, 며칠 후로 정해진 출산 예정일은 아내의 수술날짜 이기도 하다.


아이가 조금씩 머리가 커지기 시작한 때쯤 의사 선생님께 안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의 좌측 뇌실이 넓다며,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좀 받아보라며, 심각한 건 아니지만 확인차 권하는 거니 걱정하지 말라는데 부모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내 입장에서는 아이도 아이지만 걱정할 아내가 더 걱정됐고, 어느 곳에서도 괜찮다는 건지 안 괜찮다는 건지 확답을 주지 않는 통에 아내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걸 몇 번 보기도 했다. 나라고 걱정이 안 되겠냐마는, 나까지 아내를 붙들고 울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니 괜찮은 척하느라 힘들었다. 그보다, 슬퍼하는 아내를 보는게 괴로웠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증상이 악화되지는 않은 듯 하다. ‘이 정도 예후에서 아이가 잘못되는 경우는, 적어도 본인은 못 봤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안심 단계에 이르렀다. 대부분 문제없이 잘 자라는, 그 정도의 증상으로 인지했다. 밖에서 뭔가 조치를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이란.


정밀 초음파를 볼 때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얼굴도 거의 보지 못했으니, 정말 가지가지 엄마 아빠의 속을 태우는 그런 녀석이다. 그렇게 아내와 나는 하루하루 다가오는 출산 일자를 기다리고 있다.




<보라카이의 선셋과 도쿄역의 전경>

조금 무리해서 태교여행도 두 번이나 다녀오고, 내 나름대로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내와 함께 여러 가지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부족하다 생각돼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


우리 부부보다 훨씬 일찍 아이를 가진 처제 부부를 보면서 나는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나보다 훨씬 어린, 젊은 친구들이 일과 육아에만 메여서 사는 모습을 보면서 ‘조카는 처갓집이나 시댁에 맡기고 둘이 여행도 좀 가고 하지’ 어찌나 멍청하게도 쉽게 생각한 건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와 둘이서 손잡고 이곳저곳 다니던 나날들은 이제 당분간 추억 속에 간직하게 된다. 내 나이 영포티, 아이를 내팽개치고 엄빠끼리 여행을 가려면 아마 영식스티 또는 올드피프티는 돼야 하지 않을까. 축복의 나날들이 다가옴과 동시에, 한켠엔 서글픈 마음도 자리잡고 있다. 얼른 키워서 데리고 다닐 생각에 헤벌쭉하기도 하고, 그런 복합적인 상태. 사실 아직도 얼떨떨하다.


‘ 내가 아빠라고? ’


열 달을 몸속에 품은 엄마와는 사뭇 다르게, 대부분 남자들은 그런 상태로 아빠가 된다던데, 사실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