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크록스 애호가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개인적으로 크록스는 ‘바보신발’이라 명명한다. 바보들이 신는 신발이라서가 아니라 디자인이 바보같아서 부르는 호칭인데, 어떤 이론의 영역이 아닌 단순 감상의 영역이다.
내가 싫어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리 아내는 크록스를 가끔 신는데, 지비츠라 불리우는 장식이 여기저기 꽂혀있다. 토이스토리, 포켓몬 등등. 마치 저 구멍들은 애초에 지비츠를 꽂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크록스 나고 지비츠 났지, 지비츠 나고 크록스 난 게 아닌데. 그냥 아이디어가 좋았다 하기엔 참 공교롭다.
또 한 가지 웃기는 점은, 이게 어떤 배열로 껴도 뭔가 밸런스가 안 맞고 부족한 느낌이 든다는 것. ‘하나 더? 한 세트 더?’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게 되는 구조. 마치 한번 얼굴에 칼을 대기 시작하면 여기저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연쇄적으로 성형을 하게 되는 것처럼. 이게 처음부터 의도된 게 아니란 점에서 공교로움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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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스 전체 매출에 지비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0% 정도인 것 같은데, 그닥 크지 않은 것 같아도 마진구조가 좋다고 한다. 낮은 제조단가와 유통비를 감안하면 사실상 단가의 대부분은 IP 라이센싱이 아닐지.
지비츠의 마진 구조가 좋은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공산품 치고 압도적으로 자리를 덜 차지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좁은 면적에 많은 수량을 노출할 수 있으니 판매 효율이 좋고, 좁은 공간에 많은 재고를 보관할 수 있으니 유통에도 용이하다.
역으로 공산품 중에서 신발이라는 카테고리는 태생적으로 유통이 매우 까다롭다. 의류 대비 상품 자체의 부피도 그렇지만, 사이즈 구성이 의류 대비 폭넓기 때문에 제품 한 종류당 차지하는 면적이 큰 편.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신발+적게 차지하는 액세서리의 조합이니 비즈니스 차원에서 재미있는 포인트. 심지어 크록스는 대부분 신발 박스가 없기 때문에 신발 중에서도 자리를 덜 차지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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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생각들 덕에 크록스가 하프사이즈를 만들지 않는 이유도 분명해 보인다. 크록스라는 회사는 여러모로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공식들이 많은 것 같네. 바보같이 생긴 신발을 똑똑하게 팔아재끼는 회사랄까.
전 세계에 역병이 퍼졌을 때, 크록스가 그렇게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그만큼 생긴 건 바보 같아도 재미가 있다. 모든 게 치밀하게 계획되었다기보다는 아주 공교롭게, 많은 요소들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 같아서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런 걸 학계에서는 ‘아다리’가 잘 맞았다고 한다. 어쨌거나, 그런다고 내가 신을 것 같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