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상술에서 효율로>

데님, 청바지의 세계와 진정한 아저씨로의 길

by 포니아빠

옛날엔 데님을 참 좋아했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갖 성인이 되었을 즈음에는 동남아에서 인위적으로 페이딩을 넣는다고 알려진 당시 부산구제들을 많이 입었다.


에드윈, 빅존 이런 친구들이 부산 남포동에 가면 5~10만 원, 서울의 동대문에 가면 수염 모양의 진하기에 따라 20만 원까지 치솟았었다. 화학약품을 써서 데님색이 불그스름하게 변해있는 게 특징. 몸에 맞춰 자연스럽게 마모되어 생기는 게 찐인데, 인위적으로 만들었으니 가짜인 셈.


그리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 좋아하던 올드데님들. LVC, LEE101 등등. 텔라슨이라는 미국 브랜드가 있었는데 핏별로 사서 즐겨 입었었다. 그때는 쌩데님을 몸에 맞춰 수축한답시고 뜨거운 물에 입고 들어가고 별짓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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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고양이수염모양 페이딩을 얻으려면 데님이 옛날식 거친 데님이어야 한다. 그래야 결이 잘 잡히고 마모가 일어나기 쉽기에. 소위 셀비지 데님이라 칭하는 바지의 밑단을 접으면 보이는 그 빨간 선은 사실 포인트가 아니라 방직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옛날, 데님의 끝단이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한 박음질인 것.


그런 옛날 데님을 만들려면 당연히 옛날 방직기를 써야 하는데, 2차 대전 이후 미제뽕에 취한 일제들이 미국의 데님 방직기를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는 거. 그래서 일본에 오래된 데님브랜드가 많다고 한다.


역으로 2차 대전 이후 방직기술이 발달한 미국에서는 구형 방직기가 없는 탓에 화이트 오크라는 공장에서 근근이 만들어내던 게 다였다는. 지금은 그 공장도 문을 닫아 본토의 올드데님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근데 요즘은 그마저도 기술이 발달해 옛날식 데님도 양산해 낼 수 있는 것 같네, 유니클로 같은데 가도 간간이 보이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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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로 돌아와서, 옛날 데님을 좋아하게 되니 자연스레 워크부츠를 신게 되고, 워크부츠를 신게 되면 보통은 아메카지로 흘러가게 된다. 바지통이 점점 커지고, 바지에 굵직한 체인을 걸고, 수염을 기르고, 바버샵에 가고, 결국 화이츠 부츠에 리얼 맥코이로 가는 과거의 유명했던 테크트리가 있는데, 가만 보니 이게 미제 스타일이 아니라, 미제에서 변형된 일제 스타일이었던 것. 커틀릿이 돈카츠가 된 것 마냥.


내가 생각하는 워크웨어는 이런 게 아닌데? 온갖 액세서리로 치장하고 머리에 포마드를 바르는 게 워크웨어란 말인가. 워크웨어란 자고로, 인터스텔라의 매튜 맥커너히처럼 레드윙 아이언 레인저에 리바이스 501, 칼하트 재킷을 입고 옥수수 농장을 뛰어다니는 그런 것 아닌가. 본질을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났다.


근데 조선반도의 아재가 그 간지가 날 리가 없겠지? 그렇게 정체성을 잃고 헤매다 거대한 깨달음을 얻었으니, LVC고 RRL이고 LEE 101이고 뭐고 이게 다 거대 패션 프랜차이즈의 상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다. 빈티지랍시고 만들어서 이거를 막 3,40만 원씩 받는데 생각해 보니 어이가 없었던 것.


그렇게 나의 아재룩은 탄생되었다. 사실 요즘은 패션에 크게 관심이 없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룬 탓에 씀씀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슈프림 한 장 살바에 트리플에이나 길단같은 저렴한 무지티나 사 입고 그 돈으로 stack sat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깨끗한 에어포스만 있다면 만사 오케이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