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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28. 2022

내 목에 캔디~꿀처럼 달콤해.

 Feat. 금연

이어폰을 빌리려고 들렀다.

한창 바쁘게 일하던 남자친구는 책상아래에 있는 가방 앞주머니에 이어폰이 있으니 가져가라고 한다.


부스럭부스럭.

이어폰을 찾느라 가방 주머니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는데 딱 잡히는 담뱃갑.

이건 뭐지.. 알차게 담배가 들어있다.

담뱃갑을 보고 머리가 띵~했던 것은 담배를 끊었다는 그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날짜를 받아두고 둘 다 늦은 나이라 건강한 아이를 갖기 위해 함께 엽산제를 챙겨 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담배를 끊기로 약속했다.

결혼 전에  몸속 니코틴을 다 빼겠다는 의지 보였 것이다.

그런 그가 멋있다고 생각했다.


금연이 힘들다고 하는데 괜찮냐고 몇 번 물어봐도 너무 당당하게 자긴 담배를 끊을 수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런데 그랬던 그의 가방에 버젓이 담배가 들어있으니..

당장 오라고 해서 이게 뭐냐고 따져 물을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실망이라고 단호하게 얘기할까, 자초지종을 물어볼까 온갖 고민 끝에  조용히 담배를 그 자리에 두고 근처 마트로 향했다.


목캔디를 종류대로 사서 왔는데 그는 여전히 바빠 보였다.

그래서 담뱃갑을 꺼내 안에 들어있던 담배를 모조리 꺼내고 그 자리에 목캔디를 채워 넣었다. 어쩜 그리 딱 맞게 들어가던지 담뱃갑 모양을 유지하여 원래 있던 자리에 넣두었다.

꺼낸 담배는 비닐에 넣어 책상 서랍 깊은 에 두고 나왔다.(담배를 버리는 것도 그가 직접 할 수 있게 기회를 준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과 거짓말에 대한 배신감 살짝 들었기에  간다는 얼굴 인사 없이, 원래 목적이었던 이어폰챙겨서 나왔다.

카톡으로 이어폰 챙겨서 먼저 간다고 연락 하고서 나중에 통화할 때도 아무말 하지 않았다.

아마 그때까지도 그는 담배 생각을 못하고 있었던 듯하다.



다음날 그가 전화로 성사하듯  말했다.

일을 마치고 늦은 밤 퇴근 전 습관적으로 담배를 찾아 열었는데 담뱃갑 속에 목캔디가 있는 것을 보고 등골이 서늘했다고 한다.

들켰구나.

그런데 한마디 말도 없이, 아는 척도 안 하고, 이유도 묻지 않으니 그게 더 무서웠다고 한다.

미안하다는 말도 무색해서 고민하다가 전화했다고 한다.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그저 그의 반응을 기다렸던 나는 짧게 한마디만 했다.

"약속대로 금연하세요!"

"네~"


그 이후로 그는 진짜 담배를 끊었고 지금까지도 피지 않는다. 주위에서 어쩜 다시 필지도 몰라~라고 의심을 부축이지만 나는 그를 믿는다.



이솝 우화중 '해님과 바람'이야기에서 강한 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듯이  비난하고 코너에 몰아서 잘못을 인정하게 한들 고쳐질까 싶어 나름 달달한 목캔디로 그의 잘못을 각인시켰다.

목에 걸린 가시 같 목캔디였으리라.

그 목캔디는 어디서든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볼 때마다 떠를 것이고, 그럼 그때마다 다시 다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당신 귀에 캔디 같은 목소리를 들려줄 수는 없지만

당신 입에 담배대신 캔디를 권해요~:)





사진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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