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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Dec 16. 2022

내 소중한 재산

feat. 나의 결혼식

결혼할 생각이 딱히 없었던 38세의 사회통념상 노처녀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기다렸다는 듯 달려든다.


노래를 잘 불러 학교 밴드부에 메인보컬이었던 고등학생인 남자 제자가 있었다.  드 공연 때 그의 노래를 듣고 너무 멋있다며 물개박수 치는  나에게 결혼하면 축가를 불러주겠노라고 약속을 했었다.

대학을 가서도 " 샘~저 언제 축가 불러요?"

"응~너 군대 가야 하니깐 갔다 오면 샘 결혼할게"

제대한 녀석이 또 언제 축가 부를 수 있냐고 물어본다.

"응~너 어학연수 가니깐 갔다 오면 샘 결혼할게"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다가 안 할 것 같았던 결혼 소식을 알리니 사회인이 된 제자가 드디어 축가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했다.

그가 들려주고 싶은 곡으로 축가를 부탁고 결혼식날 만났다.


눈부신 햇살이

오늘도 나 감싸면

살아있음을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전주가 나오고 첫 소절을 부르는 제자를 보며 솜털이 오소소 돋았다. 그 노래는 김동률의 감사이 나에게 프러포즈하며 들려준 곡이었기 때문이다.  신랑도 놀라며 맞잡은 두 손을 꼭 쥐었다. 우리 운명인가 봐.




나의 꼬맹이들이라 불리었던 여자 제자 2명은 웨딩 테이블을 구상하였다.

직접 그린 웨딩 트리 그림으로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들의 손도장을 남겨주었다.

<제자가 혼신을 다해 그린 웨딩 트리>

그 당시 활성화되어 있던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남기며 홍보까지 한 제자들의 노력 보면서 나는 무슨 복이 이리도 많을까 싶었다.



D-6
안녕하세요 신부의 제자입니다 :-)
선생님의 웨딩데이에 식 전
자그마한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바로 "웨딩 지문 트리 방명록"입니다.

웨딩 트리는,
아일랜드 전통으로 나뭇잎이 없는 나무 그림에 하객분들의 서명과 지장을 받아 완성되는 축복의 의미를 담은 방명록입니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어느 손가락이든 가능하며, 물티슈를 드릴 테니
걱정 마시고 꼭 참여하셔서
한 장의 나뭇잎을 더해주세요♥

                   Sign your name!
                            and
           "Leaf" your fingerprint :-D

완성된 나무는 신혼부부의 집에 소중히
전시될 예정입니다 :-)






<결혼식 당일에 완성된 웨딩 지문 트리>


액자에 소중하게 넣은  웨딩 지문 트리는 신혼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지금도 아이의 상장과 함께 가장 상석 차지하고 있는 액자이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1도 없었던 나는 제자들 덕분에 지인들의 부러움을 한가득   상적인 혼식을 치렀다.


사랑스러운 제자들♡ 그들이 나의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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