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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초지현 Jan 16. 2023

팟빵-먹는 빵 아니에요

나는 톡토로다.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라는  팟캐스트가 요즘 의 숨구멍이다. 여자 둘이서 함께 살고 있는 황선우와 김하나 작가가 이번에는 토크를 한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한다.

정돈된 낮은 목소리로 하는 위트 섞인 대화가 웃음 튼을 툭툭 친다.

그녀들이 만들어준 톡토로 쉽은 은근히 끈끈해서 그녀들 곁에 들러붙어있게 하는 힘이 있다.


두 작가가 나와 은 학번(물론 대학교는 다르지만), 부산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더 친밀감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들은 표준어를 쓰는 서울 사람이 다 되었지만 부산에 있는 나는 혼자서 친한 척하며 곁에 머무는 것이다.(물론 그녀들은 나를 모른다 하하)


19년도 출간된 그녀들의 책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읽었을 때  가족 라는 정의에 신선한 감탄을 꼈다.


대부분 가족이라는 정의는 사랑하는 남녀가  결혼여 이루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남녀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가족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지만 대체적으로는 그들의 유년시절 가족에  걸쳐져 있게 된다.

부모세대와의 교집합을 가진 가족의 형태에서 서서히 자신들만의  독립적인 가족을 형성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 교집합이 커지는 경우가 생기면 누군가는 힘들어진다. 

시댁의 모든 대소사에 가서 일해야 하는 며느리가, 처가살이를 는 사위가, 자식이 낳은 손자들을 봐야 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교집합 속에서 지쳐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의 온전한 동거인이 된 그녀들이 너무 부러웠는지도 모른다.






2023년 첫 방송에서 그녀들이 새해에는 잠을 잘 잡시다.라는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하는데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올빼미과인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격한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고마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성공을 위한 첫걸음인듯한 사회분위기나 미라클 모닝에 열광하는 멋진 사람들을 보며 약간의  패배감 아닌 죄책감마저 들고 있었던 나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다.

" 괜찮아요~"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각자의 생체리듬에 맞춰 잘 잠들 수 있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를 읽어준다.

각자의 잠 적정량을 측정하여 적용시키면 된다고 한다. 늘 오전시간대에 잠을 자려고 해서 느꼈던 죄책감에서 조금 해방된 기분이었다. 난 나의 잠 적정량과 시간대를 이미 알고 있다. 


나는 밤에 피는 꽃(?)이다!




자연 속에서도 낮이 긴 봄여름에 꽃을 피우는 장일식물(붓꽃, 시금치 등)이 있고, 낮의 길이가 짧아져서  시간이 길어지는 가을에 꽃을 피우는 단일식물(국화, 코스모스, 나팔꽃 )이 있듯이 아침에 활기찬 사람도 있고, 늦은 오후 서쪽하늘로 지는 해의 노을에 의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식물의 개화시기는 낮의 길이(명기)보다 밤의 길이(암기)의 지속성에 의해 결정이 된다. 가을에 피는 꽃의 어두운 시간에 일시적으로 낮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면 꽃이 피지 않는다.

이렇게 식물이든 동물이든 밤의 시간에 대한 지속성은 생명활동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나라는 사람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다.

고3 때는 1교시하기 전에 0교시라는 자습시간으로 인해 일찍 등교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학교에 가면 0교시에는 비몽사몽으로 졸았다. 점심시간  친구들이 매점으로 향하는 시간에 나는 잠을 청했다.

소화도 되기 전에 책상에 엎드려 자니 더부룩한 느낌의 낮잠이 되었지만 그 시간이 나의 충전시간이었다.

5교시부터는 말똥말똥한 눈으로 밤 10시 자습시간까지 공부를 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제일 심혈을 기울였던 것은 강의시간표 짤 때 1교시를 넣지 않는 거였다.

필수과목들이 오전 9시 시작인 1교시에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되도록 1교시, 2교시에는 수업을 넣지 않았다.

이후 내 의지대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는 삶을 지향하며 살았다.


그러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수면시간에 이상이 생겼다. 돌 때까지도 통잠을 자지 않는 아이 때문에 자다 깨다를 반복하면서 좀비 같은 상태로 2년을 보냈다. 그래서 둘째는 생각도 못했다. (물론 노산이기도 했지만, 그래서 어쩜 회복이 더 느렸는지도 모른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면서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마 아이가 대학 갈 때까지 방학을 제외하고는 아침형 인간인 척하고 지내야 할 것이다.

뭐뭐 인척하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리하여 밤이 되면 활성화가 되는 나란 사람은 아이를 보내놓고 바로 누워 한두 시간 정도 자는 꿀 같은 시간으로 버텨본다. 

그래도 괜찮다고 한다. 친구 같은 그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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