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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의 기술 이은영 Sep 11. 2016

애쓰는 영혼들을 위한 글

영혼의 시간을 느끼다, 글램

나는 왜 잠 안 자고 이러고 있지?


새벽 3시 33분, 문득 스스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창 밖을 봐도 멀리 건너편 아파트들의 불은 거의 꺼져있다. 왠지 서울 인구 대부분이 잠든 것만 같은 깊은 새벽.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깨어있는 것일까?

오늘은 어린 딸을 재우느라 초저녁에 잠이 들었었다. 분명 같이 누웠는데 아이를 재우기 위해 누웠는데도 언제나 엄마는 딸보다 먼저 잠에 빠져든다. 겉 보기에 꽤 아름다워 보이는 장면이 연출된다. 어린 딸과 엄마는 함께 누워 동화책을 읽는다. 하지만 엄마는 이내 잠이 들고 동화책 내용이 아니라 엉뚱한 잠꼬대를 하기 시작한다.


엄마~ 내용이 틀렸잖아
엄마~ 늑대가 그렇게 말 안 했잖아

                                                   (이 녀석 내용 다 알면서 왜 읽어달라는 거야)


'우리 엄마가 얼마나 피곤했으면’, '일 하느라 나 키우느라 우리 엄마 고생 참 많다’ 이렇게 이해를 좀 해 주면 좋으련만 어린 딸은 여지없이 날카로운 지적을 한다.


가은아 미안 엄마가 너무 졸려서 그랬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엄마는 일어나 앉는다.


엄마 왜 일어났어?
응 가은이 동화책 제대로 읽어주려고


누워서는 도저히 잠을 이겨낼 수가 없다. 온전한 정신으로 동화책 읽기를 완주하고 ‘오늘의 이야기 끝!’을 외칠 재간이 없다. 드디어 동화책 읽기가 끝이 나고 자도 됨이 허해지면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그 즉시 잠이 든다. 아니 곯아떨어진다.


곯아떨어지는 것은 술 취한 중년 아저씨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난 곯아떨어진다. 이래 봬도 밖에서는 아가씨 소리 꽤나 듣는 내가 술 취한 중년 아저씨처럼 그렇게 잠들어 버린다. 잠은 내겐 항상 그렇다. 눕자마자 그 즉시 드는 것. 어디에서건 바로 잘 수 있는 것.

거의 기면증에 가까운 것.
그것이 내게 잠이다.


이렇게 곯아떨어졌지만 어린 딸의 엄마는 특히 초저녁부터 이렇게 잠든 날은 새벽에 스스로 일어난다. 오늘은 새벽 1시 반에 부스스 혼자 눈이 떠졌다. 그리고선 주섬 주섬 노트북을 꺼내 든다. 다음으로 무엇인가를 타타타타 치기 시작한다. 회사원 여자의 또 다른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따로 글 쓸 시간을 여유롭게 내어 쓸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그 어떤 곳이 안 그러랴마는 대기업은 항상 일이 많은 곳이다. 나 하나쯤 없어도 아무 티도 안 날 테지만 내가 있을 때는 세상 모든 일은 내게 오는 것다. 대한민국 회사원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이 공통 정서를 나라고 피할 길이 없다.


기업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며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와중에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들며 미래에서 온 신호를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미드 CSI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한 남자가 독극물에 의해 살해되었다. 경찰은 조사에 들어가고 결국 타살이 아닌 스스로가 먹은 약물에 중독되어 죽음에 이른 것으로 판명된다. 사실 남자는 놀라운 천재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은 그런 그와는 전혀 다른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다. 남자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뇌가 활동하지 못하도록, 천재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약물을 아주 소량씩 먹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지키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그 선택으로 그는 영원히 그 자신과 연인 모두를 잃게 되었다.


가끔씩 나는 그 남자 주인공을 떠올린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겠어.
차라리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그저 회사 다니고 아이 키우며 좀 평범하게 살면 그렇게 살면 지금보다 편하지 않을까?


내가 이미 본 다른 세상을 보지 못하도록 그런 약이 있다면 그것이 독약일지라도 딱 죽지 않을 만큼 희석해 조금씩 먹고 싶을 때가 있다. 힘들고 많이 지치니까. 남들보다 2배로 사는 느낌. 2배로 산다고 누가 인정해 주지도 위로를 해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철저히 혼자 선택한 이 길을 책임져야 한다. 숨이 안 쉬어지는 긴장과 버겨운 부담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외롭다. 가끔은 이런 내 모습이 내 현실이 만들고 싶은 미래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두렵다.


내 미래를 보았다. 그 강력한 시그널을 알고 있다. 내 미래가 내게 신호를 보냈으니까. 하지만 신호를 만났다고 해서 내 삶을 항상 그 주파수에 맞춰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그 시그널을 만났지만 내 삶은 현실은 어제와 잔인하리만큼 똑같다. 그저 하루하루 전혀 달라지는 것이 없는 걸 깊숙이 인정하면서 다른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아주 작은 틈을 내서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1미리씩 1미리씩 움직이는 것이다. 나도 남도 내가 앞으로 나가고 있다고 전혀 느끼지 못한다.


한동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친구는 잠을 줄여가며 무엇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행동은 주변 사람에게도 안 좋은 기운을 전해준다고 했다. 미련하고 미련하다고 정말 너같이 미련한 애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남자 싱글이다.


동현아, 나도 네 말처럼 미련하지 않게 해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안타깝지만 미련하지 않게 잠을 줄이지 않고 불편한 마음 없이 내리 자지 않으면서 해낼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그 방법을 찾는다면 꼭 미련하지 않게 세련되게 아름답게 우아하게 해내고 싶다. 하지만 그 신비로운 마법 같은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아마 내내 나는 이렇게 새벽에 깨어 졸린 눈을 비비며 카페인으로 잠을 이기며 부스럭부스럭 또 노트북을 꺼낼 것이다.


주섬 주섬 내 노트북이 멋없는 남색 노트북 가방에서 걸어 나온다. 7년째 함께하는 맥북에어야 말로 내 희로애락을 함께한 소울메이트가 아닐까 한다. 이 녀석은 언제나 내 곁을 지켜주었고 특히 내가 울 때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봐 주었다. 그리고 가만히 내게 커서를 깜박거려 주었다. 다 울었으면 이제 글 쓰라는 신호이다. 객관적인 녀석. 누가 컴퓨터 아니랄까 봐.


너에게 어울리는 좋은 집 하나 사줄게.

아무리 봐도 남성미 물씬 넘치는 남색 노트북 가방은 나의 소울메이트 맥북이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내 미래가 현재의 내게 신호를 보내줬다. 그 시그널을 잡을 수 있도록 오늘의 내가 하는 일은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다. 주파수를 맞추는 일련의 일든은 그리 녹록지 않다.

원래 신호를 잡기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Meet the Future!


널 반드시 만나고야 말겠어! 이렇게 애쓰며 잠을 줄이며 글을 쓰며 내 영혼을 만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이 시간은 영혼의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영혼의 시간에 글을 쓰면 영혼이 담긴 좋은 글이 나온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은 내가 만들어 내가 쓰고 있는 말이다. 글램은 영혼의 시간을 느끼고 그 영혼의 시간에 깨어있는 사람이다. 글램은 내면을 어루만지는 사람들이니까. 내가 이 새벽에 깨어있는 이유는 영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영혼의 시간대 힘이라도 빌려 내 글에 작은 숨결이라도 빌려 넣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니까.


영혼아 내일도 좀 도와줘.



글램 이은영 (우리 같이 소통하고 연결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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