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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택의 기술 이은영 Oct 10. 2016

우리가 실패한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퍽업 나이트(Fuck Up Night) 실패, 글램을 만들다

어제 Fuck Up Night 다녀왔어요.
Fuck..? 뭐라고요?


Fuck Up Night은 비즈니스나 프로젝트에서 겪은 실패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는 전 세계적인 네트워킹 행사의 이름이다. 


퍽업 나이트, 

만약 당신이 이 이름을 처음 들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대체로 사람들은 이 행사의 이름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이것이 누군가 시도했다가 실패한 이야기, 그 속에서 얻었던 교훈을 나누는 자리라고 행사 취지를 말해야만 그들은 비로소 이해했다. 


처음부터 단박에 알아듣진 못해도 뭔지 모를 가슴 시원함, 통쾌함.
너무 점잖게만 사는 현실 세계에서 이 행사의 이름은 왠지 모르게 후련했다.  


퍽업 나이트는 2012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행사이다. 친구들끼리 술을 한 잔 하며 시작된 '실패'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말도 마, 그때 내가 이렇게 실패했었어.
야, 그건 내 실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얼마나 더 심하게 망했는지 말해줄게.



흔히 실패하면 우리는 심각하고 우울한 기분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특히 헬조선, 흙수저, 금수저가 2016년 가장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온통 실패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 이들의 밤은 슬픈 게 아니라 즐거움 그 자체였다. 퍽업 나이트(Fuck Up Night), 그 앞자들만 따면 FUN인 유쾌하고 재미있는 이 행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실패한 이야기가 성공한 이야기보다 
오히려 재밌다. 
심지어 가깝다. 
그래서 필요하다.


그렇게 4년 전에 시작된 퍽업 나이트는 현재 전 세계 160개 도시에서 행사를 진행될 만큼 유명해졌으며 드디어 한국에서도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누군가의 성공이 아닌 실패 이야기에 열광할까? 우리가 왜 성공한 이야기가 아닌 실패한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우리가 실패한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세 가지 이유


첫 째, 누군가 성공한 이야기는 그 사람의 성공 수단이지 나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연 문화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유명 연사들의 강의로 힐링과 위로를 얻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따뜻한 위로를 얻은 후 그다음은? 연사들의 강의를 들으며 가슴 따뜻한 위안을 얻었지만 내 현실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처한 현재는 계속 추운 겨울의 연속이다. 그래서인지 달콤한 위로는 너무 아늑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속 그 뜨거운 위로 속에 머무르려 했고 이로 인해 수많은 강연 행사가 생겨났다.


난로 효과: 정작 현실이 바뀌지 않은 채 계속 누군가의 위로를 찾아 열광하는 현상


이러한 수많은 성공스토리 속에
실패한 이야기를 하는 행사가 열렸다


그 사람의 성공 수단이 아닌 내게 일어날 수도 있는 실패한 이야기.

퍽업나이트의 메인 테마는 누군가의 시도와 그 과정 속의 실패 이야기이다. 잘 생각해 보면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잘 완성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누군가의 시도 속 벌어진 뜻하지 않았던 장애물, 그리고 그것을 헤쳐나갔던 시도와 실패(Trial & Error)들이 아닐까?


내게 딱 붙어 있는 이야기.
그래서 저 멀리 달성할 수 없는 원대한 것이 아니라
자칫 내가 실수했을 법한 그래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가 실패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성공신화는 그만의 것이지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돌파의 과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한 이야기는 내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공 스토리보다 실패 스토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즐겁게 실패를 즐기다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강연을 듣다가 불편하고 그러다가 문득 우울해진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저는 이렇게 성공했어요, 저는 이렇게 잘났답니다, 저는 이렇게 많이 알아요, 놀랍지 않나요 제가 얼마나 똑똑한지...

분명 배울 것은 있었지만 
나는 저렇게 할 자신이 없는데,
나는 저만큼 똑똑하지 못한데,
저렇게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 공부를 할 수도 그럴 환경도 안되는데...

자신감을 얻으려고 어렵게 시간을 쪼개 간 강연회에서 문득 나 자신이 더 초라하고 서글퍼진 경험이 혹시 있었는가? 그런 날은 '에라 모르겠다' 맥주 한 캔 마시고 질끈 눈을 감았었다. 그런 자리에서는 강연이 끝나면 모두 그렇게 그냥 헤어졌다. 질문 시간은 언제나 늘어진 강연 시간에 쫓겨 형식적으로 끝이 났고, 강사는 바쁜 다음 일정을 소화하려 분명 한 공간에 있었던 청중들은 그저 그렇게 다들 각자의 공간 속으로 흩어졌다.

괜히 왔어...


몇몇 강연회는 오기 전보다 더 외롭고 허탈한 기분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누군가 돌파의 과정 속에서 실패했던 이야기는 다르다. 그와 나도 다르지 않은 불완전한 사람이란 기분. 그래서일까? 그 실패 이야기 속에서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이내 퍽업나이트는 강사와 청중이 하나 되어 끝도 없는 토론이 이어진다. 강연보다 강연 후 자신의 관심과 닿아 있는 연사를 찾아 소수로 이야기를 하는 아고라 시간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사의 강연은 자신의 관심과 맞닿는 지점을 찾는 장치에 불과하고
진짜 연결과 공유는 강연 후의 아고라 시간에서 이어진다. 


연사를 이렇게 코 앞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에 시간에 쫓기지 않고 질문과 대답이 아닌 대화를 할 수 있어 좋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이것이 아닐까?


차마 내가 쫓을 수 없는 성공스토리가 아닌 그들과의 연결, 눈을 맞춘 대화, 진심 어린 대화들.

실패 스토리를 듣다 보면
그 속에 연사가 아닌 내 삶이 보인다. 
드디어 잘난 누군가가 아닌
내가 주인공이 된 순간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시도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들 곁에 있어야 할까? 돈이 많은 사람, 인맥이 좋은 사람, 유명한 사람,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무엇이 정답 일까? 물론 이런 사람들 곁에 있으면 좋겠다만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내 옆에 있어줄 확률이 매우 드물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가능성 내에서 나는 어떤 사람을 주변에 둬야 할까? 그 대답은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패할 확률도 높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계속 변화하는 사람이고 나는 그들의 실패 스토리를 통해 배울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작년보다 더 성장해 있는 사람 비록 실패했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한 사람을 가까이에 두는 것이 매우 현명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달 참석한 퍽업나이트에서는 시도했다 실패한 세 명의 연사를 만날 수 있었다. 

인견 옷을 쓸데없이 너무 잘 만들었다가 실패한 패션업체 여사장님의 이야기,
유명 개발자에서 난데없이 산삼 키우는 일을 시작한 대표님, 
강사를 가르치고 트레이닝시키는 과정 속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깨달음을 얻은 강연 코치님까지.


세 명 연사 모두는 그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말하지 않았다. 얼마나 실패했고, 왜 실패했으며, 그 실패의 과정 속에서 맛 본 쓰디쓴 맛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이런 씁쓸한 실패 이야기는
어떤 성공 스토리보다 더 달고 맛있었다



나의 일 중 하나는 강연회를 만드는 것이다. 성공한 유명 연사들을 섭외하고 그들의 무대를 만들면서 나는 찾아야만 했다.


남들보다 더 성공한 이야기, 
더 똑똑하고 잘난 유명한 연사, 
더 거창하고 의리의리 한 스토리.


마치 유명 연예인 같은 성공한 연사들의 강의에 대중들은 열광했고, 나는 더 센 자극들을 찾게 되었다. 치열하게 강연회를 기획하고 이야기를 만들었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아니었다. 강사의 이름값이 제일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더더욱 유명 연사들을 찾는데 총력을 다했다.

그럴수록 이상하게 나는 점 점 더 공허해져 갔다.
성공한 이야기는 따뜻한 위로 딱 거기까지 였던 모양이다.
나도 했으니 듣는 당신 또한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점점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결국 그들처럼 하지 못하는 것은
내가 못나서 일까?

이런 자괴감 속에 혼란스러웠다. 그렇게 가장 유명한 연사들의 수많은 성공 강연회를 만들기를 몇 년. 그러던 와중에 퍽업 나이트를 만났다. 그리고 그 날 우리가 성공 스토리가 아닌 실패한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되었다.


내가 실패한 이야기의 가치를 빨리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다름 아닌 유명 연사들의 강연회를 만드는 기획자였기 때문이다.

성공한 이야기는 근사하고 멋있지만 그만큼 내게 먼 이야기이다. 그래서 내 삶에 적용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정말 그들이 가르쳐 준대로 그대로 한다고 해도(그러기도 쉽지 않지만) 그들과 같은 결과를 정말 얻을 수 있을까?
정말 그대로만 하면 가능한 것일까? 
정말?


전문강사가 아닌 시도하는 사람들의 실패한 이야기 속에서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제 겨우 3회째를 맞이하는 퍽업나이트 서울 10월에는 또 어떤 나와 딱 붙어 있는 이야기들이 소개될까?


퍽업나이트(Fuck Up Night) SEOUL

참가신청: 

http://onoffmix.com/event/79798
일시: 2016년 10월 18일 저녁 7시 30분
장소: 신촌 르호봇 G 캠퍼스

저는 이 날 갈 거라 오늘 참가 신청했습니다. 저랑 신촌역에서 만나 같이 가실 분 댓글 주세요. 맥주도 한 잔씩 주니 술 마시며 저의 개망한 이야기도 들려 드릴게요.^^


매일 시도하지만 실패하고, 

또 노력하지만 좌절하고...


어찌 보면 그리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내게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성공방정식이 아닌 누군가의 실패한 이야기 속 인사이트가 아닐까?


10월의 어느 가을 저녁, 

잘 포장된 성공 방정식이 아닌 

다듬어지지 않은 누군가의 실패 이야기 들으러 


우리 같이 갈래요? ^^

방법: 1)위의 링크를 클릭한다 2)온오프믹스 결재(만원인데 맥주 + 샌드위치까지 주더라고요) 3)오시는 분들은 여기에 댓글남겨서 저랑 인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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