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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라라 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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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iara 라라 Oct 25. 2023

첫 만남

- 라라 소소 1


‘소소’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소소하다]     


1. 小小 (작을 소) :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

2. 小少 (작을 소, 적을 소 / 젊을 소) : 키가 작고 나이가 어리다. 얼마 되지 아니하다.

3. 昭昭 (밝을 소, 비출 조) : 사리가 밝고 또렷하다.

4. 昭蘇 (밝을 소, 비출 조, 되살아날 소/차조기 소) : 거의 죽어 가다가 다시 살아나다.

5. 炤炤 (밝을 소, 비출 조) : 밝고 환하다.

6. 疏疏 (소통할 소) : 드문드문하고 성기다.

7. 蕭蕭 (쓸쓸할 소 / 맑은대쑥 소) : 바람이나 빗소리 따위가 쓸쓸하다.

8. 瀟瀟 (맑고 깊을 소) : 비바람 따위가 세차다.

9. 騷騷 (떠들 소) : 부산하고 시끄럽다.  



‘나’라는 사람이 작기도 하고, 적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종종 밝을 때도 있고, 소통에 약하기도 하지만 가끔은 떠들기도 하며, 대부분이 맑고 깊어지고 싶어 한다.


소소한 글을 쓰고 있다.

소설인 듯, 에세이인 듯 그건 아무도 모른다. 그저 산문이라고 하자.     


자주. 웅얼거림이나 몽몽한 외침이 되기도 하는데, 내가 ‘라라’ 임을 인식하기만 하면 된다. 라라의 웅얼거림이나 라라의 몽몽한 외침은 다름 아닌 라라에게 자연스러우니까.     


게으름을 부리는 시간이 많다. 옷장 위에 올려있는 부직포 가방의 알파카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낸다. 그 안에는 두꺼운 겨울 바지 두 벌이 들어있다. 하나는 검은색, 다른 하나는 보라색. 보라색 바지를 좋아한다. 매년 겨울마다 입고 있고, 다소 낡기까지 했다. 친구가 이 바지를 입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문득 물어본다, 너는 어디서 그런 옷을 사는 거야? 이 친구는 가끔 내 생각이 났다며 옷을 선물해 주는데 보통은 이상하게 생겼다. 상관하지 않고 나는 잘 입고 다닌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나를 보며 혼자 속으로 질문을 던지겠지, 당신은 어디서 이런 옷을 구입해서 입는 건가요?



선풍기를 깨끗이 닦아서 보이지 않게 깊숙이 넣고 알파카로 살그머니 가려놨다. 알파카는 복슬복슬한 털이 따뜻할까. 자주 알파카와 라마가 헷갈린다. 생긴 모습보다는 단어가. 알파카는 몽실하게 생겼고, 라마는 둥실하게 생겼다. 알파카는 나처럼 느릴 것 같고, 라마는 나와는 다르게 조금 착할 것 같다. 이렇게 나름의 심지를 가지고 있어서, 알파카라고 말하고 싶은데 내 입에서는 라마라는 단어가 먼저 튀어나오곤 한다. 알파카라는 단어는 혼자 있을 때만 나와 어울리는 모양이다. 어쩌면 저 위에 있는 알파카가 라마일지도 모르겠다. 둘 다 낙타과에 속하니까 그냥 내 마음대로 부를래. 네 이름은 알파카야.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또는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보통은 천재를 이 같은 사람이라고 부르곤 한다. 그렇다면 성실이 수반되어야 할 것 같지만, 성실의 아이콘이라고 하기엔 모순이 많다. 스스로에게 모질게 판단하고 비평하고 쭈그러들어서 눈가에 주름이 늘었다. 한 친구는 이번 금요일에 두 턱을 없애기 위해서 보톡스를 맞으러 간다고 했다.          


라라 소소.

오늘은 첫 만남.     


매주 수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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