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55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있었다. 2004년에 태어나서 2024년까지 살아온 한 젊은이가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응시를 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이 젊은이는 당황하여, 그동안 스터디를 진행해 온 카페에 글을 올렸다.
"저... 제가 정말로 몰라서 그러는데요... 당황스러워서요...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몇 년도에 있었나요??"
아, 그렇다. 이 젊은이는 온 국민이 붉은 악마 티를 입고 '대~~ 한민국! 짝. 짝. 짝. 짝. 짝.'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을 때, 엄마 뱃속에서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이 해프닝은 직접 벌어져서 나온 말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사람을 얘기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구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심지어 2017년 생인 우리 둥이 조카들도 할아버지 덕분에 '대~~ 한민국! 짝. 짝. 짝. 짝. 짝.'을 목이 터져라 외칠 줄 알게 되었고, 식사시간이 되면 소리 높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할아버지께 식사하시라는 신호를 보낸다. 식사와의 연관 관계는 전혀 없지만.
"2002년 한. 일 월드컵."
전 국민이 광화문과 시청 등지에 모여 하나가 되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중학교 아이들은 동네에서, 고등학교 아이들은 야자를 빼고 거리로 나와 어른이 된 것처럼 그 자유로움을 마음껏 즐겼다. 고등학생들에게 우리나라의 1승이란 야자를 한 번 더 빼먹을 수 있는 중요한 이슈 거리였다.
이렇게 당연해 보이는 과거의 어떤 사건을 잘 알지 못하거나 모르는 요즘 사람이 있다.
생각해 보면 역사책 근현대사에 나오는 그 시대를 겪은 옛날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얘기하곤 했다.
“너희는 왜 이런 것도 모르냐.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하아, 안 그래도 어렵게만 느껴졌던 근현대사가 이렇게 2002년 월드컵이 나오면서 그 시대를 겪은 나를 옛날 사람으로 만드는구나.
한 친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자꾸 혼잣말을 하고, 무슨 말이 든 노래 하듯이 흥얼거려. 이런 게 옛날 사람이라는 증거래. 드라마에 나오는 아줌마들을 잘 봐봐, 자꾸만 중얼거리고 말을 노래로 할걸?
다른 친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이돌 하고 대화하는 카톡을 신청했는데, 얘가 자꾸 엄청 끼를 부려. 근데 내가 막 그거 보면서 미소 짓고 있는 거 있지. 할머니 미소 있잖아, 손자를 바라보는 그 흐뭇한 미소 말이야. 나 늙었나 봐.
그렇다. 누군가는 혼잣말을 하거나 대화를 할 때 리듬을 타면서 하고, 또 누군가는 아이돌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이렇게 우리는 차차 요즘 사람에서 옛날 사람으로 되어가나 보다. 하지만 우리 엄마도 그랬을 것이고, 우리 할머니도 그러한 과정으로 한 해 한 해를 보냈을 것이므로, 난 그냥 기분 좋게 웃어넘기련다. 나이 드는 게 뭐 어때서? 더 너그러워지고 더 여유로워지니까 흥이 나서 노래하듯이 말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나의 경험만이 옳고 내가 하는 것이 무조건 맞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여유롭고 너그럽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 사랑을 많이 하여 작은 것이라도 베풀고 주위와 함께 할 수 있는, 그래서 사랑을 많이 받는 그런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 또, 늘 미소를 짓고 있고 상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쉽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조용히 마음을 담아 기도해 본다.
+ 놀람과 걱정,
계엄령을 근현대사 책에서 이론으로만 공부했던 학생들과 나를 포함한 성인들이 2024년 12월에 계엄령을 최초로 경험했다. 이전에 겪은 적이 있는 부모님과 조부모님 세대는 겪지 않아도 될 계엄령을 또다시 경험하게 된 것이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 여 만에 해제가 되었다. 그 밤과 새벽 시간 동안 모두가 당황했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대한민국은 과연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역사는 또 이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