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라 소소 104
일 년에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 거의 배달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배달 음식과 배달비가 나에게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다행히 눈에 음식이 보이지 않으면 크게 관심을 두는 편이 아니어서 별로 불편하거나 못 먹는 데서 오는 서운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면 배달 노동자들의 노고를 생각하게 되는데, 사람들은 궂은 날씨일수록 배달 주문을 더 많이 하고 배달 노동자들이 폭우나 폭설로 인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거의 생각을 하지 않고 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배달 노동자이다. 택배도 마찬가지로 배달 노동자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고, 집으로 택배가 종종 오는데 별로 연관을 지어서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다.
최근에 우연히 배달 노동자들의 삶이 나온 영화를 보았다. 상하이가 배경인 [역행인생]이라는 중국 영화이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IT 회사에서 몸이 상하게까지 야근을 일삼으며 일하던 40대 가장이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고 재취업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삶을 위해 배달 노동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겪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배달 노동자의 일상이 나온다. 일을 알려주는 고마운 사람, 일을 잘해서 배우고 싶은데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 아픈 아이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고가 나도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배달 노동의 현장에 있다. 회사에서만 일하다가 몸을 직접 사용하는 일을 하는 데서 오는 노고도 잘 다루고 있다. 다음 날에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많이 울었는데 슬프다기보다는 자꾸 장면마다 울컥 올라오는 게 있어서였다. 영화의 마지막은 배달 노동자뿐 아니라 화이트 컬러가 아닌 소외되어 사람들의 시선에서 약간 물러서 있는 블루 컬러 노동자들의 웃는 모습과 그들의 쉬는 모습이 다큐멘터리의 장면 장면처럼 흘러가면서 마무리된다.
어디에서든지 배달 노동자들이 눈에 보인다. 내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소외되고 약자의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도 마음에 자꾸 남는다. 일을 하는 우리는 모두 노동자이다. 이를 인식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상은 원하지 않는다. 내가 해 줄 건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이겠지만 내가 참 못난 것 같아서 나의 인식에서 멀어져 있던 사람들이라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자꾸만 올라온다.
알아야 기억할 수 있다.
모두가 다 같은 사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