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라라 소소

나에게도 포옹이 필요했다

- 라라 소소 107

by Chiara 라라

세상에 좋은 친구는 많지만 마음과 미래까지도 함께 나누면서 공유하고 고민하고 일구어 나가는 친구는 한 손에 꼽힐 정도도 만들기 쉽지 않다. 만나면 즐겁고, 재미있게 놀고, 맛있는 걸 먹으며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친구는 많아도 나의 내밀한 곳과 꿈까지 나누고 진지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친구는 거의 없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내가 마음을 잘 여는 편이 아니어서 일수도 있다.


친구의 말과 고민을 들어주는 일. 내가 잘하는 거다. 친구가 어떤 말을 하면 나는 듣는다. 진지하게 집중을 하며 듣는다. 말을 하고 있는 그 얼굴을 쳐다보기도 하고, 눈을 약간 아래로 떨어뜨리기도 한다. 눈을 마주치며 지지할 때가 있고, 눈으로 마음을 전할 때가 있다. 울음으로 함께 하기도 하고, 눈물이 맺혀도 흘러내리지 않도록 눈에 힘을 주기도 한다. 시선을 약간 피하면 친구의 마음이 조금 편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기도 한다. 좋거나 기쁜 소식을 전해 받을 때는 마음껏 활짝 미소 짓고 재미있는 얘기를 들으면 소리 내어 웃는다. 가끔은 손을 잡아 주고 싶지만 망설일 때가 있고, 살짝 어깨를 톡톡 다독여 주기도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헤어질 때 포옹을 하는 거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포옹이기도 하고 내가 당신을 위해 특별히 해 줄 수 있는 것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지만 당신을 응원하고 있고, 언제든지 당신에게 귀 기울일 거라는 다짐의 의미이기도 하다. 포옹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나와 그다지 가깝지 않은 사이여도 상대가 나와는 다른 성별을 가진 이라도 나는 종종 헤어질 때 포옹하러 다가서곤 한다. 상대가 어색해하거나 어느 정도 피하는 몸짓을 해도 약간이라도 포옹하게 되는 게 나라는 사람이다. 물론 포옹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가 상대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러 명이 함께 있을 때에는 포옹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 때도 있더라.




지난날, 포옹을 통해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모르는 이가 토닥여 줄 때에도 위로를 받았다. 마음이 따뜻해졌고, 삶이 조금은 살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차곡차곡 받아온 위로를 나누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언제부터 몸에 배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검은 상복을 입은 언니를 보자마자 꼭 끌어안았다. 나도 요즘 너무 힘든데, 엄마를 잃은 언니에게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언니와 어머니가 생각났는데, 그 시간에 어머니께서 하느님께 가셨다고 말했다. 오래 언니를 안고 있었다. 나에게도 포옹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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