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기에 오늘도 사랑을 마음에 새긴다.

- 라라 소소 119

by Chiara 라라

부모님 집 문을 열자 고소한 냄새가 내 코를 사로잡았다. 부모님은 이미 수원으로 출발한 뒤였기에 집은 깜깜했고 시각이 가려지니 후각이 더 자극받은 것 같았다.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갑자기 배가 고픈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그런 고소한 향이었다. 저녁으로 무엇을 드셨기에 이렇게 고소한 향이 온 집에 남아있을까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식탁 위에는 김밥이 랩에 쌓인 채 한 접시 놓여 있었다. 부엌에는 포일에 쌓여 있는 김밥이 한 줄 있었고 그 옆에 있는 통에도 김밥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 김밥들은 나의 이번 주 혹은 다음 주까지의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이다.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잘 먹겠습니다. 집에 들어오는데 고소한 냄새가 났어요. 맛있을 것 같아요!!


엄마가 말씀하셨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을 거야. 종류가 다 다른 김밥이야. 맛있게 먹어.


접시에 있는 김밥을 두세 개 집어 먹었다. 맛있었다. 역시 엄마가 만드는 김밥은 맛있다. 엄마 손으로 만든 음식은 뭐든 다 맛있다. 앞으로 엄마 밥을 얼마나 먹을 수 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면 난 갑자기 이렇게 슬퍼지고 만다.


다른 김밥에는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졌다. 포일을 열어 살펴보니 치즈김밥이었다. 난 치즈를 좋아한다. 분식집에 가면 치즈김밥이나 참치김밥을 즐겨 먹는 편이다. 치즈김밥이 눈에 들어오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몇 개를 꺼내어 접시의 김밥과 바꿔 놓았다. 포일 옆에 있는 통 속을 들여다보니 그 김밥에는 계란이 엄청 두껍게 들어 있었다. 계란김밥인가 보다. 이 김밥도 몇 개 덜어 접시의 김밥과 바꿔 놓았다.


김밥은 몇 개 먹지 않아도 금세 배가 불러온다. 밥을 꼭꼭 눌러 말아서 만든 거라 평소 먹는 밥 한 공기량보다 더 많이 들어간다고 엄마가 얘기한 적이 있다. 배가 불러도 천천히 씹어 삼키면 또 다른 하나가 더 입에 들어간다. 배는 부른데 자꾸만 손이 간다. 결국 다 먹지는 못했다.


다음 날에는 포일에 싼 김밥을 침대에서 하나씩 포일을 벗겨가며 냠냠 먹었다. 김밥은 왜 포일에 주로 쌀까? 간단하게 또 먹기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 하나씩 벗겨 먹으라고 포일을 이용한 게 아닌가 싶다. 제대로 알고 싶어서 김밥의 알루미늄 포일 포장의 유래를 찾아봤다.


포일이 열을 차단하여 김밥이 딱딱해지는 것을 늦춘다고 한다. 그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흥미로웠다. 또 등산이나 소풍 등 야외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부피를 차지하는 도시락통 대신 가볍게 버릴 수 있는 포일이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1980년대에 분식집이 급증하면서 빠르게 포장할 수 있는 저렴한 포일이 표준 포장재로 자리 잡았다는 정보도 있었다. 아, 분식집이 1980년대에 급증했구나! 역시 궁금한 건 찾아봐야 한다. 새롭게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럼에도 내 머릿속에 든 생각은 사실, 포일로 인한 쓰레기 발생이었다.


다회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포일이나 랩을 자주 사용하는 걸 어디서든 쉽게 보게 된다. 물론 일회용품을 사용하면 간단하고 편리하다. 나도 집에서 별생각 없이 스테인리스 빨대 보다 플라스틱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기도 하고, 주방용 수건으로 닦기보다 휴지를 먼저 사용하기도 한다. 손에 잡히는 곳에 있어서 쓰게 되는데, 환경에게 미안함을 느끼면서도 완벽하게 사용을 절제하지는 못하고 있다. 김밥을 먹으며 내가 더 신경 써서 일회용품 사용과 쓰레기 방출량을 줄여야겠다고 다짐한다.


맛있는 김밥을 냉장고에 넣기가 망설여졌다. 냉장고에 한 번 들어가면 아무래도 맛이 덜해지니까. 특히 나는 전자레인지가 집에 없어서 데워 먹지도 못한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밥을 찬 기운만 식혀서 먹어야 한다. 김밥에 시금치가 들어있지 않아서 실온에서 이틀은 가능했지만, 이틀 안에 다 먹을 수 있는 양은 아니었다. 엄마의 사랑을 야금야금 시간을 들여서 먹는다.


엄마는 내가 맛있다고 하면, 그 음식을 정말 양껏 해 주시곤 했다. 좋아한다고 말한 과자는 지금도 여전히 한도 끝도 없이 마트에 갈 때마다 사다 주시곤 한다. 그래서 종종 질리기도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그립게 되는 게 엄마가 만들어 주신 음식이고 엄마가 내 생각을 하며 사다 주시는 과자가 아닌가 싶다. 나도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드실 수 있도록 요리해 드리고, 엄마가 마음에 든다고 말씀하시는 과자를 언제든지 사다 드리는 그런 딸이 되어야 할 텐데, 맨날 받기만 하니 아직 멀었다. 엄마는 나와 오빠를 챙겼고, 지금은 오빠의 아들들인 둥이 손주들을 챙기신다. 엄마는 언제쯤 돌봄을 받는 존재가 되나, 조금 씁쓸하고,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나 싶은데도 이러고 있는 걸 보면 맨날 고맙고 그립고 사랑하면서도 제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오늘은 고소한 향에서 시작해서 김밥과 쓰레기 및 환경에 관한 생각에 이르렀다가 엄마로 마무리되는 이야기이다. 늘 변함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두렵고 그러기에 오늘도 사랑을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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