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둘째 소망이가 잔뜩 화난 얼굴로 내 앞에 와 앉았다. 뭔가 엄청 마음에 들지 않는 것투성인데, 그 마음을 혼자 어쩌지 못해 결국 내 앞에 쏟아낼 작정을 한 듯했다.
" 나는 왜 아무리 해도 안 돼?"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괴로워하는 딸의 모습에 갑자기 더럭 겁이 났다.
일단 들어봐야 했다. 요새 안 그래도 표정이 어두웠었는데, 이렇게 밖으로 터져주니 오히려 고마웠다.
커다란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딸을 안아주며 다독이자, 차츰 울음을 멈추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00 이는 나보다 학원도 늦게 들어오고, 맨날 쇼츠도 많이 보고, 나보다 훨씬 많이 노는데, 왜 나랑 비슷해? 아니, 오히려 나보다 더 잘하는 거 같아.
나는 00 이보다 숙제도 엄청 많이 해 가고, 매일매일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00 이는 국어 학원에서 최상위 반이고, 나는 아직도 그대로야?
나는 해도 안돼! 다 하기 싫어! 난 못해!"
소망이의 투정 어린 말을 들으며, 나는 조금 놀랐다.
마냥 철없는 어린아이인 줄로만 알았는데, 스스로에 대한 욕심도 있고 발전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어린 시절 나를 그대로 빼닮은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많이 안타깝고 안쓰럽기도 했다.
지기 싫어하는 성향, 더 잘 하고 싶은 욕심, 친한 친구에게 품는 시기와 질투.
어린 시절 나도, 꽤나 저런 마음으로 혼자 부대끼곤 했다. 힘든 마음을 터놓을 부모님이나 어른들도 없었기 때문에 저런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조차 몰라 매우 혼란스럽기도 했다.
마흔의 고개를 넘으며 이제서야 보이고 깨달아지는 것들일진대, 이것을 이제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딸아이에게 이해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아이를 꼬옥 안아주었다. 저렇게 이야기하고도 뭐가 그리 서러운지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는 아이를 다독이며 천천히 이야기를 했다.
엄마의 문장을 해서 그런가...
아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아이 역시 나의 말을 끝까지 잘 들어주었다.
아이의 솔직한 모습을 통해,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은연중에 타인과 나의 삶을 비교하며 한숨 쉬고 있지는 않았는지....
분명 내가 기도한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음에도,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여 불평하지는 않았는지...
아이를 재우며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정돈해 보았다.
역시...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