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한 2주 쉬는 중이다.
20대엔 매일같이 농구를 하며 땀을 빼지 않고는 못 살던 사람이
30대엔 주말만 농구를 하면서 많이도 약해졌다.
원인 모를 발바닥의 통증으로 농구만 하면 욱씬거렸다.
병원에 갔더니 15만원짜리 재활을 권했다. 농구 계속 하기 위해서. 아니, 걸을 때 통증이 없기 위해서라도
무너진 근육강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해도 병, 안 해도 병이라면 하는 게 나은 걸까?
글쎄...
나이가 들수록 농구를 안 해도 좋을 이유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깔창을 껴서 통증을 없앴는데, 신발을 바꾸자 다시 통증이 시작됐고 깔창을 이것 저것 새로 사서 바꿔 봤지만,
더 아프기만 했다. 절망적이었다. 이제 농구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좋은 시절이 점점 끝나가고 있는 거 같았다.
그런데, 의사가 재활로 나아질 수 있다고 하니 머리가 멍해졌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고가의 도수 재활 치료를 받기로 했다.
대신 이번엔 아예 농구를 쉬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2주간 5회 차 재활 치료를 하는 동안, 농구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상했다.
"농구 그만 둘까?"
나는 아내에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했다.
그럴만도 한 게 2주 쉬어보니 이렇게 편안할 수가 없다.
발목만 안 아픈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도 없었으니.
농구할 때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었는지 좀 이제야 알 거 같다.
"오빤 왜 농구만 하고 나면 화가 나서 와?"
아내에게 줄곧 이런 말을 들어왔다.
차라리 속앓이를 하지, 남에게 험한 소리를 하면 집에서 내내 신경쓰는 사람이라
농구판에 있으면 모지리들, 젊은 놈들, 제멋대로인 인간들한테
치여도 참고, 못마땅한 인간들한테 화는 못 내니
혼자 속만 상한 채로 돌아온다.
그냥 내 운동 신나게 하면 되는데...
주변 사람들 하는 꼬라지나 상황에 따라 감정이 크게 영향을 받는 내게 농구는 참 안 맞는 운동인가보다.
이번 일요일 아침, 낮잠을 실컷 잤다.
열 한시쯤 느즈막이 일어났다.
머리도 안 감고 가방에 노트북을 챙기고 카페로 향했다.
학점은행제로 학점 이수를 하려고 8 과목이나 신청을 해 놨는데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니 마침 잘 됐다.
스벅에 가서 유스베리 티에 생크림 카스테라를 먹으며 학점은행제 동영상 강의를 봤다.
그렇게 한참을 놀면서 공부해도 오후 네 시밖에 되지 않았다.
오랫만에 혼자서 긴 주말을 보냈다.
평소 농구하는데 시간을 참 많이도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8시에 일어나서 9시에 도착해서 3시간 운동하고, 집에 도착하면 2시가 넘었으니까.
토요일, 일요일 하루의 반을 매주 농구에 바쳐왔다.
"오빠. 농친자야 농친자."
농구에 미친자라고 아내는 내게 농담처럼 말했는데,
쉬어보니 농구하러 매주 갔던 내가 바보같아 보였다.
농구를 잘하길 하나, 늘 갔다 오면 화만 내고, 몸은 축나고...
잘하지도 못할 운동에 마흔 다되도록 뭘 그렇게 열을 냈는지.
집에 도착하자 아내가 밝은 얼굴로 맞았다. 나는 왜 이렇게 얼굴이 밝은 줄 안다.
뭔가 너무 놀았을 때 민망해서 내는 표정이란 걸. 아니나 다를까. 아내는 나를 보자마자
'폭싹 속았수다 너무 잼있다 오빠.' 라면서 실토한다.
"몇 화나 봤어?"
"8화."
"8시간이나 보셨구마?"
아내가 배시시 웃는다. 나는 웃음이 그제서야 터졌다. 오늘 처음으로 웃어본 거 같다.
"오빠.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그러게."
어제 스쿼트 자세가 틀려서 허리 통증이 심해서였을까? 공부를 오랫만에 많이 해서였을까?
아니, 다 아닌 거 같다.
그건 혼자여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화가 나도, 짜증이 나도 사람을 만나야 얼굴에 빛이 나는 거 같다.
혼자서는 뭘 하고 논들, 힘이 나질 않는다.
나도 사람이구나.
사람을 만나야 되는구나.
덜떨어지고, 맘에 안드는 사람들이라도
만나야 살아지는구나.
언제 농구를 그만둘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아닌 거 같다.
아직은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은 거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