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은 에그 베네딕트 냄새가 식당에 가라앉아 있었다.
송민호가 사라진 식당이었다. 열 명이 각자의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먹지 않았다. 송민호의 빈자리가 눈에 밟힌 탓이다. 차가워진 커피가 테이블 위에 버려져 있었다.
"오후 네 시까지 여덟 시간." 노트북 화면의 시계를 보며 이수아가 말했다.
"그만 세." 박도현이 말했다.
이수아가 입을 다물었으나 눈은 멈추지 않았다. 시선이 참가자들 사이를 천천히 순회하고 있었다.
류지원이 일어섰다. "밥은 일단 먹죠. 안 먹으면 체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떨어지면 판단력도 떨어져요." 설명적이고 단호한 교사의 말투. "자, 다들 한 입씩이라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류지원이 직접 빵을 집어 한 입 먹자, 오하늘이 조심스럽게 컵을 들었다. 강다은이 토스트를 집었다. 하나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진은 커피를 마셨다. 뜨거운데도 쓰기만 했다. 누군가의 포크가 접시를 긁는 소리가 났다. 식당 창밖에서 갈매기 한 마리가 유리에 부딪힐 듯 지나갔다.
식사 후 서진과 강다은이 2층 복도의 라운지 소파에 앉았다.
"어젯밤에 카드를 교환했지만, 그건 시작이에요." 강다은이 빼곡하게 메모가 적힌 수첩을 펼쳤다. "오늘 아침에 확인된 게 많아요. 정리해 봅시다."
서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심판자는 인과 사슬이라고 했어요. 열두 명의 죄가 연결되어 있다고."
"맞아요. 그런데 아까 송민호의 고해를 들으면서 생각한 건데요." 수첩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식중독 사건 은폐. 사망자 1명. 이게 다른 사람의 죄와 어떻게 연결되는 거죠?"
"아직 모르죠. 단서 카드 하나로는 사슬의 한 고리밖에 안 보여요. 더 많은 카드를 모아야 전체 그림이 나와요."
"그래서 단서 교환이 필요한 거예요." 서진을 바라보았다. "다른 참가자들의 카드 내용을 알아내야 해요."
"어떻게?"
강다은이 수첩을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 바깥에서 바람이 창을 흔드는 소리가 간격을 두고 반복됐다.
"정보에는 가격이 있어요." 입꼬리가 올라갔다. "사람들은 공짜로 정보를 주지 않아요. 대가가 있어야 하죠.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큰 대가는 안전이에요."
"설득할 수 있는 사람부터 말해보죠."
"류지원 씨가 가능할 것 같아요. 협력적이고,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성향이에요. 차민경 씨도 겉으로는 가벼워 보이지만 의외로 관찰력이 좋아요."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 강다은 씨, 혹시 기자 생활하면서 '율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강다은의 펜이 찰나 멈추었다.
"있어요."
"2년쯤 전이에요. 사회부 데스크에서 실종 사건 기사를 정리하다가 '율도' 근처 해역에서 실종자가 몇 명 나왔다는 기록을 봤어요." 강다은이 수첩에 적으며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3년 전이었는데, 같은 시기에 5명이 실종됐어요. 각각 독립 사건으로 처리돼서 연관성이 없다고 했죠."
"기사화했어요?"
"…커피나 한 잔 더 가져올걸." 강다은이 빈 컵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데스크에서 묻혔어요. 증거가 없다고 했고, 해경 기록도 부실했어요. 실종자 가족들도 대부분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이라 목소리를 내지 못했고요." 펜을 돌리며 낮게 말했다. "그때는 그냥 넘어갔어요. 후회하고 있지만."
3년 전 율도 근처 5명 실종. 가방 안의 노트를 떠올렸다. 지하 B3층. 소형 방 6개. 벽면 긁힌 자국.
"강다은 씨. 그 5명의 이름을 기억해요?"
"아뇨. 하지만 기사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을 거예요. 여기선 접속이 안 되지만. 왜요? 이 섬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서진은 잠깐 망설이며 손가락으로 컵 손잡이를 쥐었다 놓았다.
"가능성은 있어요." 그 말만 했다.
라운지를 지나가다 윤재하와 박도현이 마주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서진은 복도 모퉁이에 멈추어 섰다.
"나이가 있으시니까 이해하실 거라고 봐요." 윤재하의 목소리. "지금 상황에서 서로 으르렁대 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요."
"으르렁대는 건 네 쪽이야." 박도현이 팔짱을 끼고 말했다. "내가 화를 내는 건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지, 쓸데없이 짖어대는 거 아냐."
"아까 송민호 씨 일을 보셨잖아요. 고해를 하면 격리. 격리는 생존이에요."
"그래서?"
"뒤집어 말하면, 고해를 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윤재하가 와인잔을 내려놓았다. "박 사장님. 솔직히 물어볼게요. 단서 카드 내용이 뭐예요?"
박도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왜? 내 약점을 알아서 뭐 할 건데."
"약점이 아니라 정보예요. 정보를 모아야 우리가 이 게임에서 살아남아요."
"내가 너한테 정보를 줘야 할 이유가 뭔데." 박도현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윤 선생. 아까 규칙 설명할 때 '퇴장'이라는 말 듣고도 눈 하나 안 깜빡했잖아. 송민호가 끌려갈 때도 넌 너무 침착했어. 보통 사람 반응이 아니야."
윤재하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가 곧 회복됐다.
"의사니까 침착한 거예요."
"의사라서 침착한 건지, 뭔가를 숨기고 있어서 침착한 건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내가 보기엔 후자야."
서진은 복도에서 물러났다. 라운지 쪽에서 누군가 유리컵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뒤, 서진은 2층 복도를 걸으며 참가자들의 동선을 정리하고 있었다.
문득 이수아가 보이지 않았다. 아침 식사 때 식당에 있었고, 식후에는 라운지 구석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있는 걸 봤다. 지금은 라운지에 노트북만 놓여 있을 뿐 본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건물을 빠르게 훑었다. 1층에도 없고 2층 복도에도 없었다. 객실 문을 노크했지만 대답이 없었다.
3층.
계단을 올랐다. 복도 끝에서 이수아를 발견했다. 잠긴 문 앞에 서 있었다.
"이수아 씨?"
이수아가 돌아보았다. 평소와 같은 무표정이었지만, 손이 문 손잡이에서 막 떨어진 모양이었다.
"길이 막혀서요. 건물 구조를 파악하려고 했는데."
"혼자서?"
"혼자 있는 게 편해서요. 심리학에서는 군중 속 고독이라는 개념이 있어요. 사람이 많을수록 오히려—"
"그 문 열려고 한 거예요?"
이수아의 입이 닫혔다.
"아뇨. 잠겨 있는지 확인하려고 한 거예요."
서진은 안경 렌즈 너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배에서 처음 만났을 때 가방에 시선을 보냈다가 돌렸던 눈이었고, 커서가 멈춘 노트북 화면을 응시하던 눈이었다. 복도 끝 창문으로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왔고, 먼지가 빛 속에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같이 내려가요."
이수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걸었다. 뒤를 따르며 발걸음을 관찰했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망설이지 않는 걸음. 이 건물을 잘 아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방으로 돌아와 노트를 펼쳤다.
[관찰 기록 — 2일차, 오후]
- 강다은: 2년 전 사회부에서 율도 근처 5명 실종 기록 확인. 기사화 안 됨. 3년 전 같은 시기.
→ 이 섬의 과거 사건과 연결 가능성 높음.
- 윤재하-박도현: 상호 견제. 박도현이 윤재하를 직감적으로 의심.
→ 윤재하의 과도한 침착함.
→ 두 단서 카드가 윤재하를 가리킨다 + 박도현의 직감 = 첫 심판 타겟?
- 이수아: 오전 중 혼자 3층 잠긴 문 앞에서 발견.
→ "건물 구조 파악"이라 했지만, 문 손잡이에서 손을 떼는 모습 목격.
→ 3층 복도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한 걸음걸이.
펜이 멈추었다. 이수아는 정말 이 건물에 처음 온 걸까.
- 첫 번째 심판: 오후 4시. 여덟 시간 남음.
→ 단서 카드 시스템상 다른 참가자들이 모은 정보로 지목당할 가능성.
펜을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수색해야 한다.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3층 잠긴 문 뒤도, 송민호가 끌려간 곳도, 1층 벽의 긁힌 자국도 전부 아래로 통한다.
문제는 전자 잠금이었다. 혼자서는 열 수 없다.
김준영이 떠올랐다. 밤새 노트북 세 대를 돌리던 사람인데 아직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서진은 일어섰다. 심판 전에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
노트를 가방에 넣고 방을 나섰다. 복도에 세탁 세제 냄새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무도 세탁을 한 적이 없는데.
네 시까지, 이 건물이 뭘 숨기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