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른, 그러다 마흔

[Part3] 2화. 결혼이라는 단어가 무섭지 않아 진 순간

by 유리사탕

서른셋이 됐다.


예전 같으면 "벌써 서른셋"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마음이 조급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달랐다.

서른셋이 딱 좋았다. 이 나이에 이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게.


지현이와는 이 년 반을 만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이 사람을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화났을 때 어떻게 말하는지 알았다.

피곤할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았다.

슬플 때 혼자 있고 싶어 하는지, 같이 있어 주길 바라는지도 알았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나.


어느 주말, 우리는 가구점에 갔다.

이사 갈 집을 보러 간 건 아니었다.

그냥 구경. 신혼부부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다.


"저 소파 예쁘다."


지현이가 말했다.


"응. 근데 우리 집엔 안 들어갈 것 같은데."

"우리 집?"

"응?"

"민우 씨 집이요, 제 집이요?"


멈췄다. 아, 실수했다.

자연스럽게 '우리 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한 집에 살지 않았다.


"미안. 그냥 나도 모르게."

"아니요."


지현이가 웃었다.


"좋은데요. 우리 집."


그날, 가구점을 나오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현아, 나랑 결혼 생각 있어?"

"갑자기요?"

"응. 갑자기."

"있죠. 당연히."

"언제쯤?"

"민우 씨는요?"

"나는... 빠를수록 좋은데."


지현이가 멈춰 섰다. 나를 똑바로 봤다.


"진심이에요?"

"응. 진심."


조용히 흐르던 시간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지현이가 천천히 웃었다.


"저도요."


그렇게 우리는 결혼을 결심했다.

드라마처럼 무릎 꿇고 프러포즈한 건 아니었다.

가구점 앞에서, 평범한 토요일 오후에, 그냥 자연스럽게.


그게 더 좋았다. 우리답게.


집에 가는 길, 손을 꼭 잡았다.


"부모님께 말씀드려야겠다."

"응."

"떨리네."

"괜찮아요. 좋아하실 거예요."

"진짜?"

"우리 아빠가 민우 씨 좋아하잖아요."


맞다. 지현이네 아버지는 나를 볼 때마다 고기를 구워 주셨다. 그게 애정 표현인 줄 나중에 알았다.


다음 주말, 양가 부모님께 인사드렸다. 정식으로.

결혼하겠다고.


우리 어머니는 울었다. 기쁘셔서. 아버지는 어깨를 두드리셨다. "잘했다"라고. 지현이네 부모님은 두 손 꼭 잡아 주셨다. "잘 살아라"라고.


그날 밤, 지현이와 통화했다.


"오늘 참 긴 하루였네요."

"응. 긴 하루였어."

"근데 좋았어요."

"나도."

"민우 씨."

"응?"

"우리 진짜 결혼하네요."

"응. 진짜 하네."


웃음이 나왔다. 신기했다. 결혼이라는 단어가 무겁지 않았다.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설렜다.


스무 살 때는 결혼이 멀었다. 아득했다. 그런데 서른셋의 나는 알았다.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무서운 게 아니라 기대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지현이와 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확신


서른셋의 가을, 나는 처음으로 미래가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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