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른, 그러다 마흔

[Part3] 3화. 청첩장을 만들면서 생각한 것

by 유리사탕


청첩장 샘플이 열 개쯤 됐다.


책상 위에 펼쳐 놓고 하나씩 봤다. 분홍색, 흰색, 베이지, 민트. 클래식, 모던, 빈티지. 다 예뻤다. 그런데 하나를 골라야 했다.


"민우 씨는 어떤 게 좋아요?"


지현이가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어. 다 비슷해 보여."

"그래요? 저는 다 달라 보이는데."


그랬다. 지현이에게는 다 다른 의미가 있었다.

나는 그냥 종이였는데, 지현이에게는 우리의 시작을 알리는 첫 문장이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봤다. 지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싶었다.


"이거 어때? 심플하면서 따뜻한 느낌."

"좋아요. 민우 씨랑 잘 어울려요."

"나랑?"

"응.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인 느낌."


그 말에 웃었다.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


결혼 준비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예식장, 스드메, 혼수, 신혼집.

하나하나 정해야 할 게 산더미였다. 피곤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행복했다.


왜냐하면 전부 '우리'의 이야기였으니까.


우리의 집, 우리의 가구, 우리의 첫날. 혼자였을 때는 상상도 못 했던 단어들이 현실이 되고 있었다.


"민우 씨, 신혼집 계약했어요."


지현이가 환하게 웃었다.


"진짜? 그 집으로?"

"응. 2층 남향. 햇살 잘 드는 집."

"좋겠다. 우리 집."

"우리 집."



계약서에 사인하고 나올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진짜구나. 돌아갈 곳이 생긴 거구나.

혼자가 아니라 둘이서 사는 집.



어느 날 저녁, 웨딩홀을 보러 갔다.

세 곳을 예약해 두고 돌아다녔다.

천장 높이, 조명 색깔, 바닥 재질.

지현이는 하나하나 꼼꼼하게 봤다.


"여기 좋다. 민우 씨는요?"

"나도 좋아."

"진짜요? 아니면 그냥 맞춰주는 거예요?"


들켰다.


"아니, 진짜 좋아. 근데 솔직히 나는 지현이가 좋으면 다 좋아."

"그렇게 하면 나중에 후회해요."

"안 해. 지현이 선택은 믿으니까."


지현이가 내 손을 잡았다.


"고마워요. 근데 민우 씨도 의견 말해 줘요. 우리 둘 다 만족해야 하니까."

"알겠어."


그렇게 조금씩 우리의 결혼식이 만들어졌다.


청첩장을 발송하던 날, 연락처를 정리하면서 생각했다.

스무 살 때 알던 사람 중에 몇이나 남았을까. 절반도 안 됐다.

그런데 괜찮았다. 남은 사람들이 진짜 소중한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올 것이다.

지현이의 가족, 친구들.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것.


"민우 씨, 몇 명 초대했어요?"

"육십 명 정도?"

"저는 칠십 명이요."

"그럼 백삼십 명이네."

"많아요?"

"적당한 것 같은데."

"제 친구들이 민우 씨 보고 싶대요."

"나도 지현이 친구들 보고 싶어."


서로의 세계를 보여주는 날. 그게 결혼식이구나 싶었다.


결혼 석 달 전이었다. 준비는 순조로웠다. 싸우지도 않았다.

다들 결혼 준비하면서 한 번씩 싸운다고 했는데, 우리는 안 그랬다.


"왜 안 싸울까요?"


지현이가 물었다.


"글쎄. 싸울 일이 없어서?"

"아니면 서로 참는 거예요?"

"나는 안 참는데."

"저도요."


그럼 뭘까. 그냥 잘 맞는 걸까. 아니면 서로를 배려하는 게 자연스러워진 걸까.


어쨌든 좋았다.


청첩장을 다 보내고,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

"축하해", "잘 살아", "초대해 줘서 고마워".


하나하나 읽으면서 코끝이 찡했다.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응원받는 사람이었구나.


서른넷의 봄, 나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외롭던 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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