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4화. 결혼식 날, 나는 울지 않으려 했다
식장 대기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거울을 봤다. 턱시도를 입은 내가 낯설다. 이 사람이 나 맞나. 서른넷의 유민우. 오늘 결혼하는 사람.
문이 열렸다. 대학 동기 민수가 들어왔다.
"야, 떨어?"
"응. 떨려."
"울지 마. 오늘 울면 평생 놀림감이야."
"안 울어. 나 안 울어."
그랬다. 울지 않기로 했다. 남자가 결혼식에서 우는 건 좀 오그라들잖아. 담담하게, 의젓하게 끝내는 거다.
식이 시작됐다.
입장할 때 손이 떨렸다. 버진로드 끝에 지현이가 보였다.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웨딩드레스.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내 쪽으로.
눈물이 핑 돌았다.
안 돼. 참아. 얼굴 관리해. 그런데 지현이가 웃었다.
아버지 팔을 잡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나를 보고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예쁘다. 아니,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단어를 다 써도 부족하다.
지현이 아버지가 지현이 손을 내 손에 올려놨다.
"잘 부탁해."
목이 메었다.
"감사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더 말하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안 나왔다.
주례 없는 식이었다. 우리가 직접 서약을 읽기로 했다.
내 차례가 왔다. 종이를 꺼냈다. 일주일 동안 고쳐 쓴 문장들.
"저는, 김지현을..."
첫 문장부터 막혔다. 손이 떨린다. 종이가 흔들린다.
지현이가 내 손을 잡아줬다. 따뜻했다.
"저는 김지현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좋은 날에도, 힘든 날에도, 곁에 있겠습니다.
외롭지 않게, 슬프지 않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로 지현이를 지키겠습니다."
읽으면서 울었다. 참으려 했는데 안 됐다. 눈물이 계속 났다.
민수 그 새끼, 평생 놀리겠지. 그래도 괜찮다.
지현이 차례였다. 지현이도 울고 있었다.
"저는 유민우를 남편으로 맞이합니다.
민우 씨, 저 많이 부족하죠? 그래도 잘 부탁해요.
제가 민우 씨한테 배울게요. 그리고..."
지현이가 종이를 접었다. 원고에 없던 말을 했다.
"사랑해요."
하객들이 박수 쳤다. 어머니가 우셨다.
지현이 어머니도 우셨다. 우리 아버지도 눈을 붉히셨다.
식이 끝나고 사진을 찍었다. 백 장은 찍었을 것이다.
친구들과, 가족과, 회사 동료와. 모두가 축하한다고 했다.
악수를 수없이 했다. 얼굴이 아플 정도로 웃었다.
그런데 진짜로 행복했다.
피로연이 끝나고, 둘이 차를 탔다.
신혼여행은 내일 출발이고, 오늘은 신혼집으로 가는 날. 우리 집.
"민우 씨, 진짜 많이 울었어요."
지현이가 웃었다.
"나도 몰랐어. 내가 이렇게 울 줄."
"귀여웠어요."
"창피해. 민수가 영상 찍었대."
"괜찮아요. 평생 봐도 안 질릴 것 같은데."
신혼집 현관을 열었다. 불을 켰다. 깨끗하게 정리된 거실.
우리가 고른 소파. 우리가 산 식탁. 전부 우리의 것.
"우리 집이다."
지현이가 말했다.
"응. 우리 집."
첫날밤이라고 거창한 건 없었다. 그냥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누가 웃겼고, 누가 축의금을 많이 줬고, 어떤 순간이 제일 기억에 남는지.
"민우 씨."
"응?"
"행복해요?"
"응. 너는?"
"저도요."
그날 밤, 나는 서른넷 살이었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남편이 됐다.
외로웠던 시간이 정말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