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서른, 그러다 마흔

[Part3] 5화. 신혼이 좋은 건 모든 게 처음이어서

by 유리사탕

"민우 씨, 치약 뚜껑 좀 닫아요."


결혼 한 달 차. 첫 싸움(?)의 주제는 치약 뚜껑이었다.


나는 치약을 쓰고 뚜껑을 잘 안 닫는다. 어차피 다시 쓸 건데 왜 닫아.

지현이는 매번 닫는다. 안 닫으면 굳는대. 30년 동안 다르게 살았으니 당연했다.


"미안. 습관이 안 돼서."

"제가 치약 닫는 거 보면 안 배워요?"

"보긴 보는데 깜빡해."


지현이가 헛웃음을 쳤다.


"진짜..."


그런데 화난 게 아니었다. 웃고 있었다. 나도 웃었다. 치약 뚜껑으로 싸우다니 귀엽다.


신혼은 그런 거였다. 전부 처음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옆에 사람이 있다는 것. 퇴근하고 집에 오면 불이 켜져 있다는 것.

저녁을 혼자 안 먹어도 된다는 것. 주말에 계획을 '우리'가 짠다는 것. 전부 처음.


"오늘 저녁 뭐 먹을까?"


이 질문조차 신기했다. 혼자 살 땐 이런 질문이 없었다.

그냥 냉장고 문 열고 있는 거 먹거나, 편의점 가거나. 지금은 함께 정한다.

지현이가 뭐 먹고 싶은지, 나는 뭐가 좋은지, 재료는 있는지, 요리할 시간은 되는지.


"파스타 어때요?"

"좋아. 내가 면 삶을게."

"민우 씨, 면 삶으면 무조건 넘치잖아요."

"이번엔 안 넘쳐."


넘쳤다. 지현이가 웃으면서 불을 줄였다.


서툴렀다. 둘이 사는 게. 같은 공간을 쓴다는 게. 지현이는 아침형 인간이고 나는 저녁형 인간이다.

지현이는 정리를 바로바로 하고 나는 좀 쌓아뒀다가 한다.

지현이는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나는 강하게 튼다.


다 달랐다. 그런데 재밌었다.


"민우 씨는 왜 이렇게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요?"

"추워서.."

"24도인데?"

"응. 그래서 후리스 입고 있잖아."

"신기해. 저는 더운데."


그래서 타협했다. 난방 온도는 중간으로, 이불은 각자 덮는다.

요리를 안 한 사람이 싱크대 설거지를 한다. 빨래는 내가 돌리고 지현이가 넌다.

생활의 룰이 만들어졌다. 우리만의 룰.


토요일 아침은 늦잠 자는 날.

일요일 저녁은 다음 주 장 보는 날.

한 달에 한 번은 외식하는 날.

싸우면(거의 안 싸우지만) 먼저 사과하는 쪽이 저녁 쏜다.


아직 서툴지만 익숙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거실에서 각자 책을 읽고 있었다. 말은 없었다.

그냥 같은 공간에 있을 뿐. 지현이는 소파 한쪽에, 나는 반대편에.

그 편안한 침묵이 좋았다.


"민우 씨."


"응?"


"이거 봐요. 재밌어."


지현이가 책을 보여줬다. 웃긴 구절이었다.

같이 웃었다. 다시 각자 책을 읽었다.


이런 시간이 행복이구나 싶었다.


신혼 여섯 달 차.


"민우 씨, 신혼 벌써 반년 지났어요."

"진짜? 벌써?"

"시간 빠르죠?"

"응. 너무 빨라."

"앞으로도 이렇게 사는 거예요?"

"응. 계속."


지현이가 웃었다.


"좋아요. 계속이요."


서른다섯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신혼의 설렘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그 자리에 익숙함이 들어왔다.

설렘보다 더 단단한 것.


우리는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게 사랑의 다음 단계였다.


작가의 이전글어쩌다 서른, 그러다 마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