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7화. 아빠가 된다는 건 이런 거였구나
예정일보다 빨리 왔다.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아이들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조산 위험. 지현이가 병원에 실려 갔고, 나는 뒤따라갔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 병원에는 신생아중환자실, NICU가 부족했다.
쌍둥이라 NICU가 2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병원으로 이송해야 합니다."
"지금요? 이 상태로요?"
"네. NICU가 있는 병원으로 구급차 이동합니다. 빨리 준비하겠습니다."
지현이가 들것에 실렸다. 구급차에 탔다. 사이렌이 울렸다.
구급차가 달렸다. 앞의 차들이 갈라졌다.
홍수가 양쪽으로 쩍 갈라지듯, 차들이 비켜줬다. 그 광경을 보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모르는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길을 터준다는 것. 세상이 이 급한 순간에 길을 내주고 있다는 것.
무섭고, 감사한 마음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지현이 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떨리고 있었다.
"괜찮을 거야."
"네."
지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창백했다.
병원에 도착했다. 하필이면 코로나가 돌던때라 수술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보호자 입장 불가. 규정이라고 했다.
아내가 쌍둥이를 낳는데, 나는 로비에서 마스크를 쓰고 서 있어야 했다.
지현이는 혼자 들어갔다. 손을 놓는 순간, 지현이가 웃어 보였다. 억지로.
"괜찮을 거예요."
그 말이 더 아팠다. 구급차까지 타고 왔는데. 무섭고 아플 텐데. 나를 안심시키려고.
기다렸다.
시계를 봤다. 십 분이 한 시간 같았다.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코로나라 면회도 안 되고, 양가 부모님도 못 오셨다.
나 혼자. 복도 의자에 앉아서 손을 비볐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반복했다.
문이 열렸다.
"보호자분?"
벌떡 일어섰다.
"네!"
"아기 둘 다 나왔어요. 딸, 아들. 산모도 괜찮으세요."
다리에 힘이 빠졌다. 벽을 짚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 말했다. 세 번째는 목이 메어서 못했다.
아이들은 바로 NICU로 들어가야 했다.
예정일보다 빨리 나온 탓에 몸이 너무 작았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간다고 했다.
NICU로 들어가기 전, 잠깐 볼 수 있었다. 정말 잠깐.
작았다. 주먹보다 작은 것 같았다.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빨간 얼굴, 쭈글쭈글한 손. 관이 달려 있었다.
작은 가슴이 오르락내리락. 살아 있다. 숨 쉬고 있다.
그게 전부였다.
아이들이 NICU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그 뒤로는 볼 수 없었다. 코로나 방역 규정. 면회 불가.
아이들이 바로 저 안에 있는데,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옆에 있어줄 수도 없었다.
지현이는 더했다. 수술 후 회복하면서 자기가 낳은 아이들 얼굴도 못 봤다.
"민우 씨, 애들 봤어요?"
"잠깐 봤어. NICU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생겼어요?"
"작아. 진짜 작아. 근데 숨 쉬고 있어. 살아 있어."
지현이가 울었다. 자기가 낳은 아이들인데 얼굴도 못 본다고.
혼자서 수술실에 들어가 혼자 낳고, 아이들은 NICU로 들어가고, 자기는 병실에 남았다고.
"미안해. 힘들었지?"
"아니요. 괜찮아요. 애들만 건강하면 돼요."
그 말이 대단했다. 나라면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몸도 안 풀렸는데, 아이들 한번 못 보고, 병실에 누워서.
지현이는 강했다. 나보다 훨씬.
일주가 지났다.
지현이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가고, 아이들은 조금더 자란 후 퇴원이 가능했다.
그렇게 2주간 산후조리원과 병원을 드나들던시간이 지나고,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제대로 만나는 건 처음.
조리원 방에 갔다. 지현이 옆에 아기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거기 우리 아이들이 있었다.
일반 아이들보다 작았다. 한눈에 봐도 작았다.
그런데 살이 조금 올라 있었다. 2주 동안 잘 먹고 잘 버텨준 거다.
지현이가 아이를 안았다. 딸을 먼저.
"민우 씨, 봐요. 우리 딸."
작았다. 너무 작았다. 부서질 것 같았다.
지현이 팔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게 너무 작고, 너무 귀엽고, 너무 소중해서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나도 안아봤다. 딸을 받았다. 두 손으로 조심조심. 머리를 받치고.
가벼웠다. 이렇게 가벼운 사람이 있나. 부서질까 봐 무서웠다.
손에 힘을 줄 수도 뺄 수도 없었다.
그런데 따뜻했다. 살아 있었다. 내 품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아들도 안았다. 똑같이 작았다. 똑같이 따뜻했다.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코가 조그맣고, 입술이 조그맣고, 손가락이 조그맣고, 전부 다 조그마했다.
울컥했다.
이 아이들이 구급차를 타고 사이렌 울리며 달려왔던 거다.
인큐베이터 안에서 혼자 버텼던 거다. 엄마 아빠 없이, 2주를 버틴 거다.
"잘 버텼네. 너희 둘 다."
목소리가 떨렸다.
지현이가 웃었다. 눈물이 나면서 웃었다.
"민우 씨, 우리 이제 넷이에요."
"응. 넷이야."
산후조리원에서의 남은 1주는 연습 기간이었다.
분유 타는 법, 기저귀 가는 법, 트림시키는 법.
전부 처음이었다. 서툴렀다. 분유 온도를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한 명이 울면 다른 한 명도 울었다.
교대로 안고, 교대로 재웠다.
새벽 세 시, 네 시, 다섯 시. 시간 개념이 사라졌다.
"지현아, 좀 자. 내가 볼게."
"같이 해요."
둘이 앉아서 아이들을 안았다.
눈이 감겼다 떠졌다 반복했다. 진짜 피곤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행복했다.
아이가 내 품에서 잠들 때. 작은 손이 내 손가락을 쥘 때.
젖병을 빨며 나를 올려다볼 때. 그 순간들이 전부 처음이었고, 전부 기적이었다.
이 아이들이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힘들었나.
예정일보다 일찍 나와서, 구급차를 타고, NICU에서 3주를 버티고, 이제 겨우 엄마 아빠 품에 온 거다.
서른여섯의 겨울이었다.
나는 아빠가 됐다. 지현이는 엄마가 됐다. 우리는 부모가 됐다.
힘들었다. 앞으로 더 힘들 것이다. 잠도 못 자고, 시간도 없고, 자유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괜찮았다.
외롭던 시간은 진짜로 끝났다. 이제는 너무 안 외로워서 문제일 정도다.
혼자였던 삶, 둘이 된 삶, 그리고 넷이 된 삶.
이게 내 인생이구나. 이게 행복이구나.
아이들아, 아빠 아직 서툴러. 실수도 많이 할 거야.
그래도 최선을 다할게. 너희를 지킬게.
고맙다. 태어나 줘서. 잘 버텨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