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ind는 스크립트 없이 들으면서 변역한다.
영어 공부를 위해 TED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안다.
영어를 다루는 스킬이 중상급에서 고급 정도에 이르게 되면, 자신에게흥미를 유발하며 친숙한 주제의 TED 강연을 듣는 것이, 영어소통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 TED를 시청하면서 Blind로서의 특성 때문에 영어 스킬을 향상시키는 이점을 하나 더 가져갈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번역된 자막을 볼 수 없다 보니, 주제가 낯설든, 어렵든 간에 그저 내 영어실력 그대로 부딪혀 가며 강연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처음 TED를들을 때 내가 습득할 수 있었던 정보의 질과 양은 지금보다는 훠어어어얼씬 적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몇 년쯤 쌓여 감에 따라, 비록 유려한 문장은 아니더라도, 지금은 그냥 강연을 들으면서 바로 번역된 내용을 써 내려가거나 말로 할 수 있는 정도는 된다.
이번에는, 나처럼 TED나미국 라디오 방송 등의 다른 매체를 활용하여 번역이나 통역 연습을 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내가 활용했던 TIP 몇 가지를 공유하기로 한다.
그저 막연하게 영어를 잘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면 오래 할 수 없다.
나 같은 경우, 유치원에서부터 일반 기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을대상으로 다양성 강의를 하고 있다 보니, 내 강의와 관련된 여러 가지 근거나 사례, 인상적이며 멋진 오프닝이나 클로징 멘트에 이르기까지, 마치 금광에서금을 캐내는 것과 같이 긴요하고 재미있는 재료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기에, TED 번역 연습하는 것에큰 동기 부여가 되는 편이다. 그래서,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어지간하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반드시 TED에 접속해 마음에드는 주제의 강의들을 두루두루 골라 듣고, 그 중 인상 깊은 강의 하나 정도는 뽑아서 연습용으로 삼는다. 워낙, TED에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는 완성도 높은 강의들이 많기때문에, 오래 지속하다 보면 내 어휘가 다소 약한 분야(이를테면 수학이나 과학기술 등) 쪽으로도 관심의 폭을 넓혀 가며 어휘력 역시 폭 넓게 향상시킬 수 있다.
남의 나라 말을 내 나라 말로 바꾼다는 건, 아무리 두 언어를 유연하게잘 다룬다 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닌 듯 하다. 그러하기에, 처음연습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내 전공 분야라든가, 내게 고도의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분야 등을 택하여 연습해 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 번역이나 통역 연습 자체가처음부터 너무 어려운 고역이 되지 않고, 나의 호기심이나 지적 유희를 충족시키는 효과도 있기에, 길게 지속할 수 있다.
이건, 내 장애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 온 나만의 Practice인지도 모른다. 하지만,이로 인해 내가 얻은 이익이 결코 작지 않음을 부정할 수 없다.
TED나 NPR(미국 공용라디오방송) 사이트에 가면, 대부분 스크립트가 제공된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번역 연습을 하면, 써 본다는 점을 제외하면 독해랑 별 다를 바가 없어진다.
나 같은 경우, 영어 강의의 한 문장에서 두 문장을 듣고 멈추고는그 내용을 한국어로 바꾸어서 워드파일에 적어 넣고, 다시 또 다음 문장을 듣고 멈춘 후 머릿속으로 번역하여워드파일에 적는 과정을 반복하여 하나의 TED 강연을 번역한다.
사실, 적는 건, 한국어로도매끈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더 필요하기에 더 힘들기는 하다. 이것이 너무부담스러운 경우, 그냥 쓰는 대신 말로 풀어 보는 것도 하나의 연습 방법이 된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통역 연습을 하게 되는 효과가 생기는데, 쓰는것 보다는 덜 부담스러워서 나쁘지 않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써 가며 번역 연습을 하는 걸 추천한다. 아무래도, 말보다는글이 좀 더 완성도 높은 언어 이해를 기반으로 구사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하는 과정이, 보통사람들에게는 매우 머리 아픈 일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시각장애인인 나야 보는 게 안 되니 듣는 데이력이 나서 머리가 아파도 그러려니 하고 하지만, 듣기만 하고 어떤 정보를 습득하고 가공하여 Output을 낸다는 건, 시각장애로 인해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 아니고는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습하면 듣기능력이탁월하게 향상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참고로, 스크립트의 유혹을 떨치기 어렵다면, 아예 TED의 최신 강의들 위주로 접근하면, 아직 Volunteer TED translator들의 한국어 번역작업이 되어 있지 않아 아예 스크립트 자체가 없어 갈등의 소지도 없다. (아! 그나저나 TED translator는 등록만 해 놓고 시간이 없어한 번도 못해 봤다.)
일주일에 한 개이든, 2주일에 한 개이든, 일단 정하여 번역연습을 했다면, 결과물을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블로그나SNS 등에 원강연 링크와 함께 포스팅 하기를 추천한다.
완성도가 높지 않아도, 도저히 맛을 살려 번역을 못 하는 부분이 있으면물음표로 남겨 두고 올려도 상관 없다. 출판하는 것도 아니며, 나는프로도 아닌데 무슨 상관이랴? 정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판단이 부담스럽다면 나만보기 모드로 올려도괜찮다. 그래도 일단 올려 보자. 원래 모든 건 뭐라도 남아야성취감이 든다. 그림을 그려 완성된 결과물을 벽에 걸어 놓거나, 콩나물들이난무하여 도저히 해독 불가할 것만 같았던 멋진 곡을 내가 연주한 실황이나 녹음파일로 접할 때 자존감이 확 올라가고 잘 했든 못했든 내 노력의 결과에칭찬스티커를 100개쯤 붙여 주고 싶은 마음, 그런 게 있지않은가?
내 번역 연습의 결과물들을 포스팅하는 과정을 통해 이와 비슷한 성취감을 느껴 보자는 것이다.
아래는, 내가 몇 년 전, 아이가잠든 밤, 연습삼아 강연을 들어 가면서 번역했던 연습 노트를 예시로 공유해 볼까 한다. 그냥 Rough한 초벌번역이고 질이 높은 문장들은 아니지만, 내용 자체가 흥미를 끌 수 있는 주제이니 재미있게 보아 주었으면 한다.
여러분들은 아마도 제가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건 대부분 맞습니다. 방금 전, 이 강단에 올라올 때에도 약간의 도움이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상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처음으로 암벽등반을 할 때의 사진입니다.
사실, 저는 운동을 좋아하며, 수영, 스키, 스케이팅, 스쿠버다이빙, 육상 등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 도와 주어야 한다는 제한성이 있기는 하지요.
저는 좀 더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는 열 네 살 때, 수영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되었습니다.
활동적이며 독립적인 10 대였던 제가 갑자기 시각장애인이 된 것이었지요.
시각장애인이 된 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독립성을 잃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껏 너무도 당연하게 스스로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더 이상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거의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교과서를 읽는 일도 그런 일 중의 하나였는데, 당시에는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없었지요. 그래서 저는 두 명의 남자 형제 중 한 명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해야 했으며, 직접 제가 읽을 수 있는 점자책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상상이 되십니까?
당연히 형제들은 그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좀 더 시간이 흐르면서는 그들이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웃음)
그들은 저를 피하려 했던 것도 같습니다. 당연히 그럴 만도 했구요.
저는 정말이지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혁신에 대한 저의 열망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80년대 중반, 첨단 기술들을 접하게 되었고, 스스로에게 자문했습니다.
‘왜 이런 첨단기술 중에 점자책을 만들 수 있는 컴퓨터 기술은 없는 거지? 이런 첨단기술이 나와 같은 불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도울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때부터 저의 혁신의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전자-점자 편집기, 전자-점자 사전, 전자-점자 도서관 네트워크 등의 전자도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 모든 시각장애 학생들은 컴퓨터와 모바일기기들을 통해 점자나 음성으로 교과서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러한 사실은 여러분에게는 그리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2015년, 모든 사람의 테블릿에는 전자책이 들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점자는 지금으로부터 30 여년 전인 1980 년대 말경, 전자책 보다 훨씬 앞서 이미 디지털화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강력하고 구체적인 필요는 전자책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이런 경우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전화기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의사소통 도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명되었습니다.
어떤 키보드들은 장애인을 돕기 위해 발명되었죠.
이제, 제 삶 속의 경험에서 또 다른 예를 들고자 합니다.
1990년대에 제 주변 사람들은 인터넷과 웹서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처음 인터넷에 접속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매일, 어느 때나 신문을 읽을 수 있었고, 심지어, 어떤 정보든 스스로 검색할 수도 있었지요.
저는 너무도 절실히 시각장애인들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여 컴퓨터 음성합성 기술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웹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이를 통해 1997년, 일본어로 동작하는 홈페이지 리더를 개발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11 개 언어로도 번역되었지요.
홈페이지 리더가 개발되었을 때, 사용자들로부터 많은 커멘트를 받았습니다.
그 중, 저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는 한 마디는, ‘나에게 있어 인터넷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창이에요.’라는 커멘트였습니다.
이것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혁명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시민 세계는 접근 가능한 곳이 되었습니다.
또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개발된 기술들은 제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쓰임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이메일을 들을 수 있게 해 주거나, 여러분이 요리하는 도중에도 요리법을 들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오늘, 저는 조금 더 독립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충분치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좀 전에 이 강단에 설 때, 제게는 도움이 필요했지요.
제 목표는, 이 강단에 저 혼자 걸어와 서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강단 뿐만 아니라, 제 목표는 저 혼자 여행을 하고, 여러분들에게는 한없이 쉽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일들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자! 이제 여러분들에게 최신 기술을 보여 주고자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스마트폰 App.입니다.
(Video) 전자 음성: ’51 피트 전방에 문입니다. 직진하세요.’
전자 음성: ‘두 개의 문을 지나면 밖으로 나갑니다. 문은 오른쪽에 있습니다.’
전자 음성: ‘닉이 다가옵니다.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치에코 아사카와: ‘안녕하세요, 닉?’
(웃음)
치에코 아사카와: ‘어디 가세요? 기분 좋아 보이네요.’
닉: ‘아! 제 보고서가 지금 막 심사에 통과했거든요.’
치에코 아사카와: ‘그거 참 잘 됐네요. 축하해요.’
닉: ‘고마워요. 그런데, 지나가는 사람이 나였는지, 또 내 표정이 기분 좋아 보였는지는 어떻
게 알았어요?’
치코와 닉: (웃음)
행인: ‘안녕하세요?’
(웃음)
치애코 아사카와: ‘오! 안녕하세요?’
전자 음성: ‘당신에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전화 통화 중이에요.’
전자 음성: ‘감자칩.’
전자 음성: ‘아몬드 다크초콜릿.’
전자 음성: 어제보다 몸무게가 5 파운드 늘었습니다. 초콜릿 대신 사과를 드세요.’
(웃음)
전자 음성: ‘잠시 후 목적지 입니다.’
전자 음성: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치에코 아사카와: ‘자…’
(박수)
감사합니다.
`App.이 Beacon 시그널과 스마트폰 센서를 분석하여 저를 안내하고, 실내외를 철저히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누가 다가오고 있으며, 그 사람의 표정이 어떤지 말해 주는 컴퓨터 시각 부분은 아직도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특히, 제게 있어 얼굴 표정을 알아 보는 것은 대인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랍니다.
자! 이제 기술의 융합은 제가 진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기술을 인지적 도움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하여 제 귀에 음성이나 손가락 끝에 진동으로 속삭입니다.
인지적 도움은 우리의 상실되었거나 약한 능력을 확장시켜 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오감을 말이죠.
이 기술은 아직은 초보적인 단계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가 학교에서 강의실을 찾을 수 있게 하고, 윈도우 쇼핑을 할 수 있게 하며, 길을 걷다 멋진 식당을 찾을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당신이 저를 알아 보기 전에, 제가 먼저 당신을 알아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멋진 일일 것입니다.
이 기술은 저와 여러분의 가장 중요한 신체 일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것은 매우 멋진 도전입니다.
이 도전은 협업을 필요로 하기에, 연구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는 공개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아침, 우리는 여러분들이 방금 보신 영상 속 기본 기술들을 오픈소스로 공개하였습니다.
The frontier is the real world.(?)
시각장애계는 이런 기술의 개척자이자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역시 우리와 이런 멋진 모험을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제가 다음 번에 이 강연에 참여할 때는, 기술과 혁신을 통해 누군가의 도움 없이도 혼자 이 강단으로 당당히 걸어 나올 수 있기를 바래 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박수)
https://www.ted.com/talks/chieko_asakawa_how_new_technology_helps_blind_people_explore_the_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