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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슬 Apr 03. 2018

장애인 맞춤 의류는 어떻게 장애인에게 자율권을 주는가?

Mindy Scheier의 TED 번역



저는 패션을 사랑합니다.

매일 밤 자기 전, 침대에서 내일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를 늘 생각하죠.

옷은 저를 변화시키고, 정의하며, 자신감을 줍니다.


당신은 아마 나와 같이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당신에게도 당신을 변화시켜 주고 기분 좋게 하며, 자신감을 북돋우는, 당신을 당신답게 느끼게 하는 청바지나 티셔츠 한 벌쯤은 있을 거에요.


제가 좀더 어릴 때는, Betsey Johnson이 되고 싶었습니다.

저는 그녀와 매우 깊은 동질감을 느꼈고, 독특하고 엉뚱한 정신세계 역시 비슷하다고 생각했죠.


저는 패션 디자인계에 입문했고, 관련 업계에 수년 간 종사하였습니다.

물론, 그 일을 너무 사랑했죠.



저는 결혼을 했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은 참 가슴 아프도록 아이러니 하더군요.


저의 둘째 아이 올리버는 매우 희귀한 근 위축증, 또는 MD라고 불리는 질환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근 위축증은 제 아이의 근력과 폐에 영향을 미쳐서 아이의 몸을 망가뜨리고, 하루 하루의 일상생활을 점점 더 힘겹게 만듭니다.


올리버는 두 살 반 이전에는 걷지 못했고, 걷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걸을 때 안정적인 지지를 위한 보조기 같은 것을 착용해야 했습니다. 또한, 연령에 맞게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기에, 섭식을 위한 튜브도 얼굴에 착용해야 했죠.


아이가 그 모든 난관들을 견뎠기에, 저 역시 그렇게 했습니다.


하지만 제 남편 그렉과 저는, 네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든 상관 없이 너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들이, 올리버에게는 너무나도 힘든 도전이었습니다.


바로,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그 일, 스스로 옷 입기가 올리버에게는 악몽이었습니다.


올리버가 가지고 있는 근위축증은, 그의 정신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그 아이의 뇌는 A+이죠.


이것은, 올리버가 자신의 약점을 즉각적으로 알아차렸다는 뜻입니다.


이 사실은, 올리버가 학교에 가자 더욱 분명해졌고, 매일 스스로 옷을 입는 행위는 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와 없는지를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의 해결책은, 학교에 갈 때도, 파티에 갈 때도, 휴가를 떠날 때도, 마치 유니폼처럼 올리버에게 스웨트팬츠를 입게 하는 것이었어요.


특별한 날에는 물론 그에 맞는 적당한 바지를 입었죠.


하지만, 많은 경우, 올리버는 스스로 단추와 지퍼를 조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제가 남자화장실에 데려가야만 했고, 이 상황은 올리버와 저, 그리고 화장실 안의 다른 남성들에게도 매우 민망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 나는 그들에게, ‘오, 제발! 이미 다 본 것들이라 여기엔 새로울 것이 없네요.’라고 말했죠.


(웃음)



몇 년간 우리는 함께 좌충우돌 했습니다.


하지만, 올리버가 3학년 때, 저는, 이 아이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저를 닮았다는 것을 꺠달았습니다.


올리버 역시 패션에 매우 신경을 쓰는 것이었죠.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올리버는, 내일부터 다른 친구들이 입는 것과 같은 청바지를 자신도 입을 거라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음, 물론, 저는 올리버와 학교에 함께 가 주고, 남자화장실에 데려가 줄 수는 없었죠.


그러나, 저는 차마 여덟 살 제 아이에게 너는 네가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없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맥가이버가 되어, 올리버의 청바지에서 그 지긋지긋한 지퍼를 떼어냈습니다.


제가 임신했을 때, 비록, 제 몸이 그 바지 속에서 터져 나와 폭발할 지경임에도, 내가 좋아하는 바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 기억을 떠올렸어요, 바로 고무줄 트릭.


엄마들은 제 말 무슨 소리인지 다 아시겠죠?


고무줄을 단춧구멍에 끼우고, 그리고 고무줄을 뒤쪽으로 빙 돌리면?


신축성 짱이죠.


그래서 저는 지퍼를 떼어내고, 올리버가 스스로 바지를 올리고 내릴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바지의 양쪽 아랫쪽 발목 윗부분의 절개선을 잘라서 보조기를 착용하고도 바지를 입을 수 있도록 했고,


-Hold your ears, everybody: peel and stick mind you- ???


벨크로를 적용하여 스스로 여며지도록 했습니다.


제가 제 예술작품을 올리버에게 보여주자, 그 아이는 엄청 기뻐했습니다.


올리버는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학교에 갔죠.


이 청바지가 그 아이를 변화시켜 준 것입니다.


올리버는 혼자서 옷을 입고, 화장실에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청바지가 그 아이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것이죠.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이것이 저의 첫 번째 장애인 맞춤의류 제작 시도였습니다.


보조의류(장애인 맞춤의류)란, 장애인이나 노인을 포함하여 스스로 옷을 입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디자인된 옷을 말합니다. 물론, 장애인 맞춤의류는 기존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류의 패션스타일이 결여되어 있었죠. 이 옷들은 매우 의학적이며 기능적이었지만, 스타일리시하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입는 옷은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당신이 입는 옷은 당신의 기분과 건강, 자존감에 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패션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이 사실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 현상에 대한 이름까지 명명했더군요.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착용인지’(?)라고 하는데,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서의 옷의 상징적 의미와 의상착용에 따르는 물리적 경험은, 당신이 스스로를 어떻게 느끼는가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영국에 Karen J. Pine이라는 교수가 있습니다.


그녀는 ‘당신이 뭘 입을지 상관하라: 패션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녀는 이 책에서, ‘당신이 어떤 옷을 입으면, 당신이 깨닫든, 그렇지 않든, 그 옷의 특성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당신이 몸에 딱 붙는 청바지를 입었을 때, 마치 락스타가 된 것 같이 느끼고, 파워수트를 입었을 때 자신감을 느끼며, 짧은 블랙드레스를 입었을 때 예쁘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올리버가 자신이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없을 때 소외감을 느껴야만 했던 이유이기도 하죠.


올리버는 심지어, ‘엄마! 매일 스웨트팬츠를 입는 건, 마치 내가 장애를 입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요.’라고 말하기까지 했습니다.


지구상에는 약 10억명 정도의 다양한 장애를 경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이 중 10%가 의복착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자신감을 잃거나, 그들이 당연히 느껴야 하는 행복조차 느끼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이죠.


올리버가 그 청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던 날, 제가 이 문제에 대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뭔가를 시작했습니다.





2013년, 저는 ‘런웨이의 꿈’ 이라는 단체를 설립했습니다.

우리의 사명은, 패션업계에, 위에서 말한 의상의 변형이 지금껏 그들이 한 번도 고려한 적 없던 고객들을 위해 기성의류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교육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활동은, 1년간의 리서치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학교에도 가고, 관련 시설에도 가고, 병원에도 갔습니다.


말 그대로, 길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사람, 보행 보조기를 한 사람, 심지어 그저 가냘픈 다리를 가진 사람까지 쫓아다녔죠.


물론, 이런 제가 좀 이상해 보일 거라는 건 알았지만, 제대로 된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될 수 있는 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복착용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18세로 곧 하버디 입학을 앞둔 뇌성마비 청년을 만났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상상할 수 있나요? 나는 하버드에 합격했어요. 그런데, 내 소원은, 그저 다른 신입생들처럼 청바지를 입고 학교에 가는 거에요.’


저는 왼팔 전완부 이하가 없는 지아나라는 여자아이도 만났어요. 그 아이의 엄마는, 덜렁거리는 왼팔 소매로 인해 딸의 다름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을 견딜 수 없다고 말했죠.


그래서 그녀는 늘 아이의 긴팔 셔츠 하나 하나를 수선한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녀가 소비하는 시간과 돈을 당신은 짐작할 수 있나요?


저는, 2010년 경기 중에 태클을 하다가 몸이 마비된 전 럿거스대학  미식축구선수 에릭 리그랜드와 함께 지내는 소중한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저는, 불가해하면서도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에릭은 거구의 사나이라, 그에게 옷을 입히려면, 거중기로 그를 들어 올려 가며 두 시간 넘게 작업하는 걸 지켜봐야 했습니다.


제가 놀라워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민디, 매일 하는 일인걸요. 무슨 말을 더 할까요? 난 샤프해 보이고 싶거든요.’



리서치가 끝났습니다.


제가 패션업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저의 백그라운드를 활용하여 기성복들이 어떻게 변형되어야 하는지를 직접 알아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난 1 년간의 조사로 제가 모은 정보들을 통해, 모든 불편상황에 적용되는 공통된 세 가지 요소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첫번째는 ‘여밈’입니다.

버튼, 스냅, 지퍼, 후크 단추 등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힘겨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더 다루기 쉬운 방식인 자석으로 바꾸었습니다.


자석은 뇌성마비 하버드신입생이 청바지를 입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그는 혼자 옷을 입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두번째는 '맞춤조절성' 입니다.


바지길이, 소매길이, 허리밴드 등은, 다양한 체형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줬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축성, 옷 안쪽으로 헤밍시스템을 적용했죠. 이렇게 해서, 지아나도 매장에서 셔츠를 사자마자 소매 한 단만 접으면 바로 입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은, '머리에서부터 입고 벗는 고전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다른 방법으로 입고 벗기' 입니다.


그래서 저는 팔부터 들어가는 디자인을 만들었죠.


이 방법은, 에릭과 같은 사람들에게, 옷 입기 과정의 다섯 단계 정도는 줄여줌으로써 시간이라는 선물을 돌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밖으로 나가, 직접 옷 가게에서 옷을 샀습니다.


그리고, 부엌 식탁에 앉아 제 변형이 마음에 들 때까지 옷을 잘랐다 붙이기를 반복하며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또 만들었죠.


드디어, 이제 패션업계라는 큰 무대로 나갈 준비가 되었습니다.


제가 진짜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제 이름을 딴 콜렉션을 디자인하기 보다는, 주류 패션업계로 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가 패션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계에서 지금껏 고객으로 고려되지 않아 오던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교육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저는 너무도 벅찬 마음으로 패션업계가 제 말에 귀 귀울여 주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런웨이의 꿈’은 지구상에서 가장 멋지고 진보적인 사고를 가진 브렌드와 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박수)


누가 저의 비젼을 시장에 도입하여, 처음으로 기성 장애인 맞춤의류 컬렉션을 런칭함으로써 패션의 역사를 만들었을까요?


이것은,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박수)



자!

(박수)

패션은 우리에게 있어 필수적인 생명선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옷은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옷은 자신감 입니다.


그러니, 내일, 당신이 하루를 시작하면서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할 때, 저는 당신이 그 과정에 감사하며 당신이 선택한 옷이 당신을 어떻게 느끼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기를 바랍니다.


이제 올리버는 열 세살 입니다.


올리버는 자신의 맞춤 카키바지와 자석단추가 달린 셔츠를 입고, 자신이 가장 멋진 소년이라고 느끼죠.


완전 우쭐대는 ‘내가 제일 잘나가’ 10대 소년이랍니다.


(웃음)


(번역자의 치열한 고민: 사실, Swagger이 우쭐대며 천상천하 유아독존 10대르 나타내는, 힙합에도 나오는 좀 많이 가볍고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뜻이긴 한데, 나나 남편이나 딱 생각해 낸 적확한 표현은 ‘후카시 완전 쩔죠.^^’가 딱인데, 차마 후카시를 쓸 수가…ㅋㅋㅋㅋㅋ 그러다가 한국적 표현으로는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노래를 많이 아니까 이 정도로 해 두면 비속어도 아니면서 느낌 딱 올거 같아서 써봤다.)


처음에 말했듯이, 올리버의 질환은 진행성으로, 그의 근육은 시간이 갈수록 지속적으로 위축된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제게 있어 가장 충격적인 부분이죠.


저는 그저 한 켠에 앉아서 내 아이가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죠.


제게는 그 어떤 옵션도 없기에, 저는,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바라보기 보다는,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라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바라봅니다.


또한, 저는 패션계 역시 바라봐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도 바라봐 주기를 원합니다.

                                                                                                                                                                            


                                              * TED 동영상을 보고 싶으시면 아래의 링크를 확인하세요 * 

                                                                                                                                                                            https://www.ted.com/talks/mindy_scheier_how_adaptive_clothing_empowers_people_with_disabilities?utm_campaign=social&utm_medium=referral&utm_source=facebook.com&utm_content=talk&utm_term=art-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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