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공감교육 이야기] 광장초등학교 체험형 강의 후기 Part 1
안녕하세요?
세상의 다양한 다름을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다양성컨설턴트 은진슬입니다.
지난 9월 29일, 저는 서울 광장초등학교에서 오랜만에 2교시 체험형 장애이해/공감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대상 학년느 3학년 1반과 4학년 2반 총 두 학급이었는데, 요즘 코로나로 인해 쉬는 시간도 없이 2교시 체험형 강의 두 세션을 진행하려니 좀 버겁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게 몰입하여 수업을 들어 주는 친구들 덕분에 힘든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진행했던 교육으로 기억합니다.
코로나 속에서 흔치 않게 진행했던 오랜만의 귀한 체험형 수업에서 새삼 체험형 교육의 힘과 전달력에 감탄하였기에, 비록 게을러서 강의 후기 등의 블로그 포스팅을 잘 안 쓰는 저이지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답니다.
첫 교시에는 장애이해 증진과 공감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이론적 배경 및 일상 속 이야기들을 주제로 재미있게 이론적 배경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장애의 다양한 정의와 분류, 한 인간의 정체성으로서의 장애, 모두에게 장벽 없는 세상을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과 배리어프리의 개념 및 실제 사례들, 장애인을 돕는 멋지고 신기한 기술 이야기 등의 내용들을 중심으로 진행했는데요.
역시나 인상적인 부분 몇 가지가 있어 아래에 공유하고자 합니다.
늘 그러하듯, 저는 장애라는 개념은 살아 있으며 가변적이고 또 상대적이라는 내용을 다양한 사례들을 들어 이야기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미국 장애의 범주 사례를 보던 한 친구가 무척 심각하고 우울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질문을 하더라구요.
"선생님, 천식이 장애인가요?"
저는 바로 감이 왔어요.
초등학교 4학년, 요즘 아이들은 모든 것이 빨라 제법 민감한 시기인지라 본인에게 직접 천식이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묻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아이는 천식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지요. 아이의 질문 속에 들어 있는 감정은 내가 장애인이라니 하는 마음이 들었는지 제법 놀라고 어지럽고 불편하고 당황스러운 것 같았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천식이 장애가 아닌데, 왜 미국에서는 천식을 장애로 규정했을 것 같아요? 천식에 걸리면 어떤 증상들이 있고 얼마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점들이 생활하면서 불편할지 한 번 생각해 보죠."
"맞아요. 천식은 한 번 걸리게 되면 장기간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고, 급성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호흡 보조 기기를 사용하거나 응급실 방문을 하여 처치를 받기도 하는 등 일상 생활에 있어서의 불편함이 긴 시간 한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지요. 우리 나라의 법적 장애의 정의에서도 나타난 개념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천식을 장애로 규정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배려와 지원을 하겠다고 정한 것입니다."
과연 제 답변을 듣고 아이가 마음의 평화를 찾았을지, 아니면 더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됐을지 궁금하네요.
이렇게 한 아이의 질문에 답을 한 후 저는 아이들에게 장애의 개념에 대한 논의를 이어 가던 중,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잘 들어보지 못했을, 좀 더 확장적이며 낯선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들은 다양한 상황과 관점에서의 여러 가지 장애의 정의와 분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여기서 선생님의 질문 하나. 장애의 종류도 많고 범위도 넓은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일까요, 아니면 장애의 범위도 좁고 종류도 최대한 적은 사회가 더 좋은 사회일까요?"
여러분도 한 번 이 질문에 답해 보실까요?
사실, 초등 4학년 아이들에게 이 질문은 다소(?), 어쩌면 매우(?) 어려운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이런 방식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던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구요. 여러분들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하셨나요? 아이들의 답변은 어떠했을까요?
이 질문을 듣자마자 아이들은 잠시 어떻게 답하는 게 맞는지 우왕좌왕하는 듯 하더니, 70에서 80퍼센트 정도의 아이들이 "장애가 더 적고 없는 사회요"라고 답하더군요. 제가 혹시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지 물으니 10에서 20퍼센트 정도의 아이들이 조조심스럽게 다소 확신은 없다는 듯이 "장애의 종류가 많은 사회요"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초등 고학년 정도의 아이들에게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매스컴이나 사회로부터 장애인은 불편한 사람들, 도와줘야 하는 사람들,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이미 많이 주입 받았기 때문인지 장애는 나아야 하는 것, 없어지는 것이 좋은 쪽이라는 답변이 절대 다수이더군요. 이런 아이들에게 저는 늘 아래와 같이 말해 줍니다.
"한 사회에서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불편함을 장애의 범위에 지속적으로 포함시키고 장애의 종류를 늘려간다는 것은, 그 사회가 사회 속 한 사람 한 사람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과 불편함에 대해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뜻이에요. 그러므로 한 사회의 장애의 범위가 더 넓고 종류가 더 많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좀 더 안전하고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답니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익숙한 음료, 컵라면, 스낵 등의 사례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비시각적 정보가 결여된 시각적 정보 중심의 제품 디자인으로 인해 어떤 불편함을 겪을 수 있는지에 대해 위트 있게 이야기를 해 주었답니다.. 편의점 가서 뭔가를 사다 보면 대부분 제 인생은 위와 같은 비시각적 디자인의 결여로 인해 늘 잡히는 걸 사서 먹게 되는 랜덤 인생이라고 말해주니 아이들이 무척 공감하며 재미있어 하더군요.
특히나 음료 캔에 적혀 있는 점자가 모두 음료라는 사실에 아이들이 많이 황당해 하더라구요. 제품명을 안 쓴다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실소를 금치 못하더라구요.
이러한 실감나는 재미있는 사례들과 유니버설 디자인의 개념을 접목하여 설명하고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을 찾아 보는 부분도 실생활 속 공감대가 높을 수 있는 이야기라 아이들이 너무나도 즐겁게 몰입하며 들어 주었답니다.
얼마 전 삼양 불닭볶음면과 오뚜기 컵누들 등의 제품 일부에 점자 표기를 도입한 사례도 이야기 해 주었는데, 실제 컵라면을 구해서 보여주고 싶어 여기 저기 다녀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기존 제품들의 재고 소진이 아직 안 되어서인지 점자 표기가 적용된 컵라면을 찾지 못해 아쉬웠답니다.
미술교과서에도 나오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뭉크의 절규 같은 그림들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도 함께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우리가 재미있게 즐겨 보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속 다양한 시/청각적 정보들을 느끼기 어려운 시각, 청각 장애인들도 함께 즐기며 영상 자료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아이들에게 이러한 질문을 화두로 물리적인 공간에서부터 문화, 예술 분야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장벽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배리어프리의 개념을 소개하고 흥미로운 예시들을 보여주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afuzsQ9hvI
보통 시각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떠올려 보라고 하면,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대부분 이미 자율쥬행차가 있으니 그것으로 가능하지 않겠냐고들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라 함은, AI 기술 등의 인공지능 기술 같은 첨단 기술들을 활용하여 자동차 혼자서 역할을 수행하고 사람은 승차해 있기만 하는 자동차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직접 핸들을 잡고 액셀과 브레이크를 밟아 가며 장애물도 피하고 주행을 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의미하는 것이랍니다.
실제로 전미 시각장애인 협회(NFB)는 이런 종류의 도전적인 리서치 과제를 풍부한 펀딩을 걸고 학계 및 다양한 연구자들에게 요청하는데요. 제가 미국에 살 때 전미 시각장애인 협회의 세미나에 초청되어 1박 2일 간 참여하며 다양한 모임과 강연 등을 들어 보았는데, 정말 자주적이며 독립적이고 멋진 단체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분이시죠? 과학 좋아하는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는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인 데니스 홍 박사님이 이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과 자신의 소감 및 신념 등을 TED에서 발표 하셨죠. 당연히 처음엔 박사님도 이 도전적 발상에 많은 고민을 하셨다고 합니다.
역시나 천재적인 과학자 답게 안마의자에서 영감을 얻어 브레이크 및 액셀을 어느 정도 밟아야 하는지를 비시각적 진동 및 압력 등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시각장애인이 주도권을 갖고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드셨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혀 볼 수 없는 전미 시각장애인 연합회 회장님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영상을 보여주니 특히나 매우 흥미로워 했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2OQxHNVLNY
코로나로 쉽지 않은 상황에 오랜만에 2차시로 구성된 체험형 강의를 진행하다 보니 감회가 남달라서인지 간만에 자세한 강의 후기를 써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게으른 제가 강의 내용에 대해 제법 자세히 소개하며 적어 보았습니다.
요즘 코로나로 인해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운영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데요.
꼼꼼하게 강의안을 다시 보며 포스팅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아이들이 2교시를 쉬는 시간도 없이 저와 함께 하면서도 집중도를 잃거나 지루해 하는 모습 없이 너무나도 흥미 진진하고 몰입감 있게 수업에 참여해 주었던 것이 새삼 떠오르네요.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는 체험 파트 강의 후기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긴 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