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 새학기 첫 강의의 설렘으로 함께 하다
작년 폭풍과 폭우가 쏟아졌던 요란하기 긎이 없던 어느 여름 날,
저는 그 폭우를 뚫고 오산까지 가서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운천중학교 교원 연수를 진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게 연수를 의뢰해 주셨던 선생님께서 분당 서현중학교로 옮기셨더군요.
선생님께서는 전화를 주시더니 학기 초 너무나도 다급하고 촉박하게 죄송하지만 3월 하순에 학생 대상 장애공감교육을 진행해 주실 수 없냐고 부탁하셨습니다.
보통 3월에는 새학기라 여러 관련 업무나 아이들과의 적응 문제 등으로 선생님들이 연수를 어지간하면 안 하시는데 말이죠.
사실 너무 타이트한 일정으로 날짜까지 정해 부탁하셨는데 그 때는 이미 다른 일정이 있었기에 저는 본의 아니게 제가 진료 받는 의사선생님을 제 맘대로 학회에 보내 버리고는 기존 일정이 정해진 곳에 양해를 구하기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재구매(?), 재요청(?) 고객님이시니 특별히 맞추어 드린 것이죠.ㅋㅋㅋㅋㅋ
(김박사님 죄송합니다.ㅠㅠ)
강의를 하던 날 날씨는 3월 하순 답지 않게 너무 따뜻했습니다.
강의처가 분당이었기에 먼저 강남 병원에 들러 제가 본인을 제 사정으로 다른 날 학회를 보내 버린 줄은 꿈에도 모르실 박사님께 진료를 받고,
요즘 통 식욕은 없지만 뭔가 강의 전 의식적으로라도 든든하게 먹어야겠다 싶어 병원 아래 파리 크로아상에 가서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브런치세트를 먹었습니다.
와! 근데 생각보다 비싼 값을 하더라구요.
튼실한 새우도 3마리 이상 들어 있고 생면 식감에 가까운 면도 좋았고 양도 충분했으며 소스도 넉넉했습니다.
네, 우리는 알죠? 파스타 집에 가서 포크로 세 번 먹으면 없어지는 파스타...ㅠㅠㅠ
저는 대식가는 아닙니다만 그런 파스타 맘에 들지 않습니다.
왜냐면 맛을 음미하고 분석하기도 전에 음식이 없어져버리니까요.ㅋㅋㅋㅋ
맛있는 점심을 먹고 복지콜까지 되는 호사를 누리며 드라이브 하듯 분당 서현중학교까지 갔습니다.
강의 시작 전 쉬는 시간, 다목적실에서는 제 강의 시간에 학원 숙제를 할까 고민하는 갈등의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그 얘길 들은 옆 친구는 이 신성한 시간에 숙제를 하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하더군요.
귀여운 녀석들...
(선생님은 다 이해한다. 분당 학원 숙제가 얼마나 많은지...ㅠㅠ)
이번 강의에서는 장애를 가진 타자와 어떻게 삶을 함께 할 수 있는지, 함께 공존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스타벅스 앱으로 커피를 주문 해 마시는 건 장애인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눈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없는 장애인들을 위해 미술 전공자가 한 땀 한땀 손수 수작업으로 다빈치의 모나리자나 뭉크의 절규를 만드는 일은 어떤 의미인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 친구들을 위해 화면 해설을 추가해 작업한 애니메이션은 어떤 느낌인지...
아이들은 인지적으로 어느 정도 성숙하기 시작한 중학생이기도 하고, 학교 아이들 분위기가 매우 차분하고 모범생 분위기이기도 하고 해서인지 수업을 깊이 생각하며 잘 들어 주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날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강의를 해야 했다.
이 강의가 나머지 다른 반으로 화면과 소리로 송출되어야 했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면 마이크에서 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벗어 달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정말 몇 년만에 마스크를 벗고 강의를 하려니 마치 옷을 다 벗고 강의하는 듯한 어색하고 난감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젠 점점 다시 익숙해지리라.
이번 강의를 다시 의뢰해 주신 서현중학교 이화주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다시 찾아주셨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강사는 이럴 때 가장 보람을 느끼는 법이니까.
두 번째 뵙게 되니 선생님과 이야기도 좀 더 나누고 친근해진 느낌이었다.
6월에 다시 교원연수로 찾아 뵐 예정이다.
올해 새 학기 스타트를 장식해 준 보람차고 뿌듯했던 서현중학교 강의 포스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