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 이거 실화냐!
매주 금요일이면 '폭삭 속았수다'가 업로드된다. 비디오 복사본을 대여해서 보던 20여 년 전의 느림은 라떼의 낭만이 되었다. 기다림을 잃은 문명의 이기지만 시차를 제외한다면 제법 공평한 제공이다. 부지런히 오전 운동을 마치고 폭삭을 보면서 먹을 간식과 눈물을 훔칠 티슈 등 만반의 준비를 한다. 바깥은 풍경만으로도 절절 끓는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더위에 보송해진 몸으로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넷플릭스를 켜는 그 순간의 달콤함이라니. 방해할 사람도, 거슬리는 어떤 것도 없는 온전한 나의 시간을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그것도 간식과 함께 최애 드라마를 보는 것이다. 눈물 콧물을 찍어내며 지난 시간의 반성과 남은 날들에 대한 방향성을 그려보는 그렇게나 바람직한 드라마라니. 작고 소중한데 위대하기까지 하다니. '폭삭 속았수다' 펄펙트!
3월 28일 금요일, 그날도 경건하게 폭삭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간식과 점심을 살 예정으로 외출을 했다. 방콕의 중심지에 살고 있는 덕분에 백화점과 쇼핑몰이 가까이에 있다. 외식 문화인 태국은 아침 점심 저녁 시간이면 노점이 활개를 친다. 불을 켜면 사라지는 바선생들처럼 그 시간이 지나면 많은 노점이 사라진다. 백화점 주변은 함께 정비가 되어 말끔한 우리나라와 달리 태국은 빠까뻔쩍한 건물 옆이라 해도 쓰러져가는 식당과 노점이 즐비하다. 물론,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카페나 식당들도 섞여 산재한다. 이것이 태국의 매력이다. 음과 양이 함께 존재하지만 불평 없이 받아들이는 곳, 태국. 그렇게 음식 사냥을 가던 중 갑자기 너무나 어지러웠다. 며칠 동안 좀 어지럽긴 했는데 그것과는 느낌이 다른 것이 이것이 말로만 듣던 (있지도 않은) 저혈당인가 싶었다. 이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보도블록에 크게 다칠 것 같아 길 한가운데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가방 안을 뒤져 작은 사탕을 입에 넣었다(무가당인데 ㅡㅡ;;). 조금 뒤 건물 안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길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태국 남자 하나가 소리를 치며 건너편 건물을 가리켰다. 쳐다보고 싶었지만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사거리 모든 방향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언가 잘못됐다 싶었다.
지진이었다.
지진?????
또?????
야!!!! 너 말이야, 2004년 나 푸껫에 살 때 그때 쓰나미도 주지 않았니?????
이번엔 지진이야?????
이거 실화냐!!!!!!!!!!!!!!
방콕아, 왜 이러지 너어어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