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부적응자 MZ 사원

신입은 자기 의견도 없이 그저 비위만 맞춰줘야 하는 사람인가요

by 쿠크다스

고작 1년이 조금 넘는 사회생활을 했지만 그 시간 속에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도 대기업이니 체계도 잘 잡혀있고, 다양한 HR 프로그램도 잘 마련되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신입인 내가 나보다 늦게 입사한 사수 한 분과 함께 모든 업무를 다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중견기업보다도 HR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은 조직이 이상하다며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만두기 일쑤였고, 인력 변동이 2달에 한 번 꼴로 일어나서 마지막에는 사수도 없이 나 혼자 일을 처리하게 되었다.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중장년층이 대부분이다보니 그들은 나를, 나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떤 이는 입사 첫 날부터 훈계를 시작하더니, 어느 날은 입사 초반부터 밀려들어 오는 일을 처리하느라 제대로 배울 시간도 없었던 나에게 너는 입사한지 두 달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성과가 없냐고 닦달을 했다. 그리고 그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본인이 하는 발언들이 위험하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여자 직원들 앞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내 전임자는 자기가 왜 나가는지 알겠지 않겠냐는 말을 남기고 인수인계 2주 뒤 사라졌고,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임자의 말 뜻을 깨닫게 되며 점점 회사에서의 시간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원래도 내성적인 편이었던 나는 회사에서 부쩍 말 수가 줄었고 밥도 혼자 먹기 시작했다. 윗 분들은 이걸 가지고도 너는 왜 말이 없냐, 왜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생각을 안 하냐, 신입이 항상 웃으면서 조직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야되는데 너 때문에 우리 조직 분위기(나의 눈으로 바라봤던 우리 조직은 항상 다른 담당자와 수화기 너머로 싸우거나, 직원들을 험담하거나, 심지어 같은 HR 사람들끼리도 싸워서 분위기가 좋은 적이 거의 없었는데 말이다)가 나빠지고 있는걸 아냐며 나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에는 결국 1년차인 나 혼자 HR 파트의 한 부분을 담당하라고 했고,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어느 회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갑질(하지만 그 사람은 내가 퇴사할 때까지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을 당하다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채, 뒷 일은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퇴사를 선택했다. 거기서의 회사 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나 자신을 버리는 일이라고 느꼈고, 퇴사가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직 부적응자 MZ 사원은, 본인이 HR이라는 이유로 HR과 면담 신청, 고충 상담 한 번 하지 못한채 퇴사를 했다. 자발적으로 한 퇴사였지만 사실은 그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숱한 괴롭힘에 등 떠밀려 퇴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취업이 가장 어렵다는 인사 직무로 입사한 나. 죽을만큼 힘들었던 취업 과정이 참 허무하게도 그렇게 다시 구직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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