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장 Mar 09. 2022

엄마가 해준 국수

 나는 ‘면돌이’다. 음식 중 면을 가장 좋아한다. 술 마실 땐 짬뽕을 안주로 먹는다. 다음날 해장은 밀면이나 라면으로 한다. 주말엔 늦잠 후 짜장 라면 두 개를 끓여먹는다. 소개팅은 파스타나 라멘을 먹으며 첫 만남을 가진다. 떡볶이와 마라탕을 먹을 때는 무조건 중국 당면을 추가한다. 나의 면 사랑은 유별나다.     

 세상 많은 면 요리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면이 있다. 엄마가 해준 '국수'다. 학창 시절, 밥보다 잠을 더 좋아했다. 10분만 일찍 일어나면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10분 더 자는 쪽을 선택했다. 밥 먹여서 학교에 보내려던 엄마 계획은 매번 실패였다. 엄마가 국수를 하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알람이 울리기 전 엄마는 내 방에 들어와 말한다.


 “아들, 국수 먹고 학교가. 엄마가 국수 삶아놨어.”


 알람 소리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뒤척이던 나는 ‘국수’라는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평소보다 20분이나 일찍 일어났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다. 엄마가 해준 국수는 졸린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아들의 아침을 챙겨준 엄마는 뿌듯했고 엄마의 국수를 먹은 나는 든든하게 학교를 갔다. 국수 먹은 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하루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만든 국수는 면발이 남달랐다. 뚝뚝 끊어지지 않았다. 뜨거운 물과 찬물을 몇 번을 오간 면은 탱글 하면서 쫄깃했다. 국수도 한 가지 면만 쓰지 않았다. 고구마 면, 감자 면, 메밀 면을 추가해서 색감도 예뻤다. 흰색 면과 사이사이에 분홍색, 노란색 면이 조화를 이루었다. 보기도 좋고 먹기도 좋은 국수다.


 엄마도 나처럼 ‘엄마’가 해주는 면을 좋아했다. 할머니는 칼국수를 정말 맛있게 만들었다. 직접 반죽한 밀가루를 길게 편 다음 두꺼운 칼로 썰어서 면을 뽑았다. 각종 채소를 넣고 끓인 칼국수는 맛있다고 마을에 소문이 자자했다. 엄마의 국수가 맛있는 이유는 할머니의 칼국수 실력을 그대로 물려받아서였다.     


 그날은 회사 일이 너무 힘든 날이었다. 운동도 거르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해준 국수가 먹고 싶었다. 신발을 벗어던지고 현관을 들어서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국수 먹고 싶어.”


 “알겠어. 씻고 나오면 차려놓을게.”


 샤워를 끝낸 나는 식탁에 앉았다. 열무김치와 갓김치가 있었다. 잠시 후 엄마가 국수를 가져다주었다. 양념장을 잘 비벼서 면 구석구석 스며들게 했다. ‘촤르륵 촤르륵’ 소리가 군침을 돌게 했다. 국수를 한가득 집어 들어 한 입에 넣었다. 역시 엄마가 해준 국수가 최고였다. 각종 김치와 곁들여 먹으니 더 맛있었다. 행복하게 국수를 먹는 모습을 본 엄마는 뿌듯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엄마가 해준 국수가 최고지? 나도 엄마가 해주는 국수 먹고 싶다. 할머니가 칼국수를 참 잘했거든.”

 이 말을 듣고 울컥했다. 내가 국수를 먹을 때, 엄마는 가끔 할머니의 칼국수가 생각난다고 했다. 엄마에게 칼국수를 해줄 ‘엄마’는 세상에 없었다. 식탁에 마주 앉아 국수를 먹고 있는 엄마 모습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엄마가 만든 국수를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아들이 있다. 엄마의 뿌듯한 미소가 떠나지 않도록 더 많이 해달라고 해야겠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엄마에게 달려가 말했다.


 “엄마, 나 국수 먹고 싶어.”     


 오늘 저녁 메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엄마표 국수’다. 엄마가 만든 국수를 오래오래 먹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아프지마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