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소장 Oct 30. 2022

일잘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쓸만한 인간> 박정민

  박정민 배우를 처음 알게 된 작품은 이준익 감독의 <동주>입니다. ‘송몽규’ 지사로 열연한 이 작품으로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남자 신인 연기상,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며, 그해 주요 신인상을 자신의 이름으로 채웠습니다. 저도 이 작품으로 박정민 배우 팬이 되었고요.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보게 되었습니다.

 <동주>가 배우 박정민의 발견이었다면,  <쓸만한 인간>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직업인’ 박정민의 발견입니다. 지금까지 입이 닳도록 칭찬한 이 배우는 연기를 지독하게 잘하는 배우입니다. 수많은 시상식에 올랐고요. 작품마다 빈틈없는 연기력을 펼치죠. 연기 잘하는 배우 즉,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겠지요. 일 잘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자신의 직업에 임하는지 작가 박정민의 <쓸만한 인간>으로 알아봤습니다.


 이 책은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목차는 형식입니다. 특정 주제로 이어진 책이 아닌 작가의 다양한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반려동물, 여행, 작품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이제훈 배우를 향한 귀여운 질투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의외였습니다. ‘일잘러’의 머릿속은 온통 일과 연관된 내용만 가득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작가의 다양한 생각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글이 있습니다.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연기학교에 들어간 작가가 처음 배운 것이 있습니다. 바로 '잘 듣기'입니다. 상대방의 말 혹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그것이 연기의 기본이라는 내용입니다. 잘 듣지 않는다면 '혼자 하는 연기'가 되어버립니다.


 연기 방법론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연기 철학을 거쳐 일잘러의 비법에 정차합니다. "잘 듣는 게 뭐가 중요하냐?"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상황과 이야기를 잘 듣고 이해하면, 다양한 분야와 연결할 접점이 만들어집니다. 다른 생각, 다른 문화까지 아우르면 생각지 못한 분야에서 가능성이 펼쳐집니다. 일 잘하는 작가의 비법은 바로 '관심'이었습니다.

 다양한 관심 덕분이었을까요? 본업인 연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타짜 : 원아이드 잭>에서는 고뇌에 빠진 타짜 역할을 입체적으로 표현했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에서는 짜증에 찌든 직장인 연기를 현실감 있게 담아냈습니다. 압권은 트랜스젠더 유이 역할을 맡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입니다. 원론적 연기가 아닌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는 작가의 ‘관심’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 친구에 머무를 수 있었던 ‘송몽규’도 작가의 관심 덕분에 멋진 캐릭터로 창조되었습니다. 최근엔 연출까지 하며 역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배우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 잘하는 직장인은 일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에만 목숨 걸지 않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고요.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넓은 분야로 뻗어나간 관심은 결국 자신의 본업과 연결됩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시간을 내서 다양한 분야를 관찰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그것이 ‘일잘러’가 되는 길입니다.

 ‘관심’이 사라지면 ‘꼰대가 된다’는 글을 본 적 있습니다. 했던 일만 하고, 하던 대로 하면 그 자리에 평생 머무르게 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간을 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서로 다른 분야가 이어지면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가 찾아오고요. 남다른 기회도 생깁니다. 이 책의 작가는 배우로서 멋진 필모그래피를 만들었고 ‘작가’라는 직업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잘러 박정민 배우처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져봅시다. 본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숨겨진 나의 능력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의 멋진 필모그래피를 쌓아보자고요. ‘쓸만한 인간’이 되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전 01화 입사(入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