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알려주는 권태기 극복 방법

『관계의 언어』문요한

사랑에도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뜨거웠던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식어버리죠. 코넬대학 신시아 하잔 교수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에 따르면, 사랑의 유통기한은 약 18개월에서 30개월 정도라고 합니다.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등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리는 물질들이 사랑이 시작된 후 18개월에서 30개월이 지나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도 권태기를 극복하고 수십 년간 행복하게 살아가는 커플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사랑에는 혹시 방부제라도 들어 있는 걸까요? 갈수록 깊어지는 사랑의 비결을, 책 『관계의 언어』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사회 심리학자 아서 아론은 좋은 관계의 본질이 ‘상호확장’, 즉 관계 안에서 서로 성장하는 것으로 설명합니다. 희생과 헌신이 사랑의 요소일 수는 있어도 본질은 아닙니다.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지는 사랑은 오래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깊어지는 사랑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마음 헤아리기’입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문요한 작가는 ‘마음 헤아리기’를 단순히 상대의 감정과 고통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의 욕구, 관심사, 행복, 꿈에까지 깊은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이는 남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상대의 특별함을 알아보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이 과정은 마치 조각상을 완성해나가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요. 미켈란젤로가 원석을 다듬어 다비드 상을 만든 것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망치와 끌이 되어 상대를 다듬고 쪼아가며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점점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고 느낄 때, 관계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활력도 커집니다.

건강한 사랑은 상대를 자신의 욕망 충족 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꿈과 욕망을 가진 개별적인 존재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 꿈과 욕망을 펼쳐낼 수 있도록 자극이 되어 줍니다.

그렇다면 상호확장은 어떻게 일어날까요? 첫 번째는 새로운 경험을 함께 늘려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경험을 자주 하는 커플은 같은 경험을 반복하는 커플보다 관계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특히 여행, 공연 관람, 스키, 등산 등 일상에 약간의 흥분과 즐거움을 주는 활동들이 만족도를 높였습니다.

두 번째는 각자의 경험을 서로에게 자극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각자가 경험한 것들을 공유하며 새로운 자극을 불러일으킵니다. 상호 성장하는 관계에서는 상대를 통해 자극을 받고, 그로 인해 새로운 것을 얻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상대의 꿈과 성장을 응원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에 관심을 갖고 응원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깊어지는 관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사랑의 유통기한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그것이 모든 관계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서로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며, 상대의 꿈을 응원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사랑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여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