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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Feb 01. 2020

잊혀지는 것들에 대하여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별이 희미해지더라도 마지막 빛줄기가 지구에 도착하려면 아주 오래 걸리니까 우리는 한참 뒤에서야 알 수 있다고요”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별은 참 매력적이다.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떠올리게 만든다. 별과 지구의 거리가 아주 멀어서 별이 소멸해도 사라졌다는 사실은 한참이 지나고 알게 된다. 지금 빛나는 별은 어쩌면 지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밤하늘 별처럼 만남과 동시에 ‘하루하루’ 이별을 생각하게 만드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손자 노아를 ‘노아 노아’라 부른다. 남들보다 두 배 사랑하기 때문에 두 번 부른다고 한다. 사실 잊혀지는 것들 중 손자만큼은 잊고 싶지 않아서 두 번씩 부르는 것 같다. 노아는 자신의 손을 꼭 붙잡고 있는 할아버지에게 “왜 그렇게 꼭 잡고 계세요?”라고 묻는다. “모든 게 사라지고 있어서, 너는 가장 늦게까지 붙잡고 있고 싶거든.”이라고 답한다. 그만큼 노아는 할아버지에게 소중하고 중요한 존재다.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이야기도 아름답지만, 책 속에 담긴 일러스트도 감동적이다. 짧은 소설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오랫동안 마음을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몇몇 삽화는 할아버지와 노아의 옆자리에 있는 것처럼 만든다. 한 장 한 장 음미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하루하루’의 소중함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작품이다. 지구에 닿는 별빛처럼 만남과 동시에 이별을 떠올리게 해 가슴 한편이 먹먹했다. 하지만 끝을 생각하고 만나기에 하루하루를 더 소중하게 여길 수 있는 게 아닐까, 두려움 없이 작별하는 법을 알려준 감동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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