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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Feb 07. 2020

“그건 가짜였어” 모파상의 <목걸이> 그리고 <기생충>

가짜의 모습으로 선을 넘으려 했던 그들의 이야기

장관의 파티에 초대된 나탈드는 남편을 쥐어짜 값비싼 드레스를 산다. 텅 빈 목이 아쉬워 목걸이까지 사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목에 걸지 못한다. 결국, 돈 많은 친구에게 목걸이를 빌려 ‘파티룩’을 완성한다. 나탈드는 계획이 다 있었다. 자신의 모습을 숨긴 그녀는 ‘가짜’의 모습으로 선을 넘는다.

선을 넘은 대가는 막대했다. 목걸이가 사라진 것이다. 나탈드는 친구에게 사실을 숨기고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돌려주기로 한다. 남편은 전 재산과 물려받은 유산 절반을 털어놓는다. 나탈드는 고금리 이자 대출도 마다하지 않았고, 밤낮으로 일만 한다. 파티 이후 삶은 이전보다 더 궁핍해졌고, 아름다웠던 그녀의 얼굴엔 깊은 주름이 자리했다.

아카데미와 세계 영화제를 들썩이게 한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은 ‘가짜’의 모습으로 선을 넘으려 한다. 선 위 사람들은 넘어온 그들을 철저히 구분했다. 결국 기택 가족은 원래 있던 자리보다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선을 넘은 나탈드도 깊은 나락으로 추락한다. 


10년 뒤, 폭삭 늙은 나탈드는 친구에게 사실을 털어놓는다. 친구의 대답은 충격적이다.


“그건 가짜였는데”

 

무엇이 가짜였을까? 10년 전 파티에 간 나탈드의 모습이 ‘가짜’라는 뜻이 아닐까. 사실 목걸이가 진짜든 가짜든 부자인 친구에겐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선을 넘으려는 나탈드가 괘씸했고 더 깊은 좌절감을 주기 위해 ‘가짜’라 말했다고 생각한다. <기생충>의 박사장 부부가 기택의 가족을 ‘냄새’로 구분했던 것처럼 말이다.

친구는 목걸이 없이도 살았지만, 나탈드는 목걸이를 위해 살았다. ‘가짜’라는 마지막 말에서 친구는 자신의 계급적 우위를 드러낸다. 10년 전 그때 모습은 가짜였고, 못 알아볼 정도로 늙어버린 지금 모습이 ‘진짜’라고 친구는 말하고 있다. 나탈드가 선을 넘은 대가는 막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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