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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장 Aug 14. 2020

그곳이 알고 싶다

- 제 3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빗물: 표상과 의지> 리뷰

 “왜 비가 올까?” 집회 때만 비가 내리자 홍콩 청년들은 의문을 가진다. 하늘이 집회를 원하지 않아서 비를 내리는 것인지, 자신이 하늘인 줄 아는 사람이 비를 내리는 것인지 파고들기 시작한다. 음모론에서 시작한 궁금증은 비밀에 감춰진 ‘빨간 건물’을 마주한 뒤 증폭된다. 취재는 고사하고 가까이 접근할 수도 없다. 밤엔 트럭이 드나들며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그곳’으로 나른다. 청년들은 건물 밖으로 나온 트럭을 추적하지만 누군가가 나타나 길을 막는다. 과연 이 곳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집회 때마다 홍콩 거리를 뒤덮는 폭우와 연관된 곳일까? 

2014년 홍콩은 격변의 시기였다. 그 속에서 청년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담는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시작한 영화는 ‘그곳’의 존재를 알고 난 뒤부터 스릴러 장르로 전환한다. 청년들의 카메라에 담긴 영상은 긴박하게 교차 편집된다. 투박한 움직임과 거친 화면은 관객의 긴장감을 더욱 배가 시킨다. 기존 다큐멘터리 기법과 다르게 표현되어 마치 1인칭 침투 게임에 빠진 듯 한 짜릿함까지 전해진다. 

 누군가는 괴짜 청년들이 벌이는 헛된 짓이라고 손가락질할 것이다. 그러나 무겁고 어두운 홍콩 모습을 청년들의 생각과 목소리로 담아냈다. 비밀을 파헤치는 청년들의 모습과 우산을 들고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들의 집회는 더 나은 홍콩을 위한 아름다운 ‘표상’이다. 폭우도 꺽지 못하고 누구도 막지 못하는 홍콩 시민의 강렬한 ‘의지’가 담긴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홍콩의 '표상과 의지'가 담긴 그곳, 홍콩이 더 알고 싶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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